봄꽃 향이 완연한 봄이다. 언뜻언뜻 불안한 살얼음이 남아 있긴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도 화해 무드다. 그렇게 2018년 화려한 봄이 시작됐다.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난 지난 4월 27일의 감동은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뭉클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다시 찾아온 한반도의 봄에 취해만 있을 것이 아니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이를 활용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이다. 안 그래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남북 교류사업의 물꼬가 트일 것에 대비해 여러 가지 사업 준비에 혈안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수산업 교류, 산림녹화사업, 통일딸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우선 부산시는 최근 수산업계, 학계, 전문가 등과 함께 '수산 분야 남북교류협력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위원회는 대형선망과 대형트롤 등 근해 어선의 북한 수역 입어(入漁) 문제 같은 부산의 강점인 수산업 기반의 구체적 투자협력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북한 수역 내 신규 어장 확보, 수산식품의 가공냉동냉장 분야 협력, 수산 분야 교류협력 방안 등을 담은 로드맵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양식, 어로 기술, 선박 수리 및 건조 기술 등 다양한 남북 합작사업 아이템도 발굴해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인천시는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된 '서해북방한계선(NLL) 평화수역' 조성을 위해 지방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평화수역에서 남북 어민이 함께 조업하는 공동어로와 수산물 교역 등을 검토 중이란다. 또한 중국 톈진(天津)이나 칭다오(靑島)를 출발해 북한 남포항을 경유, 인천항을 잇는 항로 개설도 구상하고 있다.
경상남도는 지난 2006년 평양에 딸기 모주를 보낸 뒤 모종을 다시 가져와 '경남 통일딸기'로 키워낸 경험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최근 경남통일농업협력회 등 도내 남북교류단체와 농업협력 등의 우수 남북교류협력사업 발굴에 나선 것. 울산시도 얼마 전 울산테크노파크, 울산항만공사, 울산상공회의소 등의 기관들이 참여한 '남북 경제' 교류협력 TF를 만들었다. 울산항을 대북지원 물류거점 항구뿐 아니라 중국러시아일본과 잇는 거점 항만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 울산의 복안이다.
이처럼 전국이 포스트 남북 정상회담 시대를 대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모양새다. 대구시도 2년 전부터 개성시와 자매우호도시 결연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야 할 듯하다. 대구시는 국채보상운동기념물 및 사료 공동 발굴연구, 관련 기록물 추가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1907년 당시 국채보상운동이 북한 지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전개됐던 개성과의 인연 맺기에 일찌감치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만난 한 지인은 대구가 '나무'로 북한과 손을 잡는 방법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그는 "대구는 나무 도시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1호인 '도동 측백나무 숲'도 대구에 있고, 도심에 나무를 많이 심어 전국 최고의 폭염도시였던 오명까지 벗어난 지역"이라고 했다.
지인의 제안은 설득력 있게 들렸다.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정부는 남북협력사업의 첫 사업을 산림에 맞췄기 때문이다. 숲을 남북협력사업 맨 앞자리에 둔 것은 북한의 산림 황폐화가 심각한 상태라는 게 이유일 게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전체 산림 면적(899만㏊) 중 32%인 284만㏊가 파괴됐다.
북한 입장에서도 남측 도움을 받기에는 사람보다 숲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내년 식목일에 대구 나무를 개성에 심는 상상을 해본다. 개성이 대구 나무로 푸르름을 더해 남북 교류의 물꼬를 틔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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