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미 정상회담 무산에 文 정부도 책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면서 2008년 북핵 6자 회담 이후 10년 만에 재개된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한편으로는 회담의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의 결정에 당황한 김정은도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에 '위임'이란 형식을 빌어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갈 용의가 있다"며 대화 재개를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북미 정상회담의 문이 좁지만, 여전히 열려 있음을 시사한다. 그 가능성이 현실이 되려면 북한의 올바른 행동이 필요하다. 바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동의다. 김정은은 정의용 대북특사에게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했고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같은 뜻을 밝혔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었음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대한 북한의 비난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이렇게 북한의 속셈이 드러난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판단한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된 책임은 근본적으로 북한에 있지만, 문재인 정부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24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왜 북한의 담화 내용이 남북 정상회담 후 문 대통령이 전한 내용과 상충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여기서 북한의 담화란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협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물었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의 실체를 잘못 읽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거나, 그것이 아니면 문 정부 나름대로 '해석' 또는 '가공'해 전달했거나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전언'에 참모들과 상의도 않고 북미 정상회담을 결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북미간 중재가 북한 쪽으로 기우는 듯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북미간 이상 기류와 관련해 정의용 실장은 "북한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거부를 이해한다는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이런 자세로는 북한 비핵화의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은 물론 문 정부에 대한 미국의 의심을 키울 수 있다. 문 정부 대북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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