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본래 궤도에 오르며 순항하는 분위기를 보이자 미국을 비롯한 남북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성공적으로 평가된 남북 2차 정상회담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정대로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기정사실화하면서 3국 모두 환영의 입장을 표했다.
▶만족한 듯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두고 며칠 사이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반전을 거듭한 것은 전임 정권들과 달리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의 태도 변화, 남북 2차 정상회담을 긍정 평가한 것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보여준 ‘외교적 롤러코스터’는 특유의 협상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그가 26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게임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누구나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미국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자신을 ‘거래의 달인’으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미 양측 사이에 오간 ‘말의 전쟁’이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극적 선회에 대해 “통상적인 주고받기”라고 말한 것이나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과정상의 “우여곡절”이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히는 대목이다.
▶긍정적으로 선회한 북한
북한은 최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무산하면서 남측을 겨냥해 강성 발언을 쏟아내는 등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상기류를 보였다. 특히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남측과 미국을 겨냥한 새로운 전선을 구축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회의적인 미국 측의 반응이 나오자 곧바로 자신들의 뜻을 접고 남북 2차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회담 성사를 위해 노력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27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도 드러났듯이 미국으로부터 정상회담 취소 통보를 받은 다음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선(先)제안했다는 점은 북측의 진정성이 보여진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공개서한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전격적으로 통보한 뒤 김 위원장이 보여온 태도는 체면을 중시했던 과거 북한의 행동패턴과 확연히 달랐다.
다만 이번 남북 2차 정상회담은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자는 제안에는 그동안 남북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선행됐던 의전이나 의제 조율 등 복잡한 절차·형식을 따지지 말고 속전속결로 만나 교착 상태를 풀어보자는 뜻도 담겨 있다.
김 위원장이 데리고 나온 북측 수행원도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등 최측근 2명뿐으로 매우 단출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날 김 위원장은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며 몸을 낮췄고 ‘트럼프 방식’을 은근히 기대했었다는 표현으로 트럼프 대통령 띄우기도 주저하지 않았다.
미국의 강압 전술에는 자존심을 세우며 예민하게 반응하고, 강수에는 초강수로 나와 상황을 ‘벼랑 끝’에 몰아가던 북한의 전통적 외교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안도의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닷새 안에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모두 만나 위태로워 보였던 6·12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려냈다는 평가가 나오자 안도하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김 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어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피력했다”며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가 불분명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비핵화할 경우 미국이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체제안전을 보장할 것이라는 점을 신뢰할 수 있는지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북미대화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다시 살아나고 있어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향후 북미대화의) 추이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며 “북한과 논의 중”이라며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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