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당뇨 합병증으로 왼발 절단한 김해종 씨

당뇨병에 20여년 간 시달리다가 합병증으로 번지며 병원비 4천만원
고교 3학년 아들은 치킨집 아르바이트로 생계 이어

김해종(가명) 씨는 당뇨합병증으로 인해 왼쪽 발 대부분을 절단하는 등 1년째 투병을 이어가고 있다. 치료비가 4천만원까지 쌓이면서 김 씨의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은 치킨집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김해종(가명) 씨는 당뇨합병증으로 인해 왼쪽 발 대부분을 절단하는 등 1년째 투병을 이어가고 있다. 치료비가 4천만원까지 쌓이면서 김 씨의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은 치킨집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당뇨합병증으로 왼발을 절단한 김해종(가명·50) 씨가 힘겹게 휠체어 바퀴를 밀었다. "고등학생인 아들이 이따금 병원을 찾는 때 외에는 하루 대부분을 홀로 지낸다"는 김 씨의 표정은 외로움이 묻어났다. "절단한 부위가 아프지는 않아요. 사실 요즘 복용 중인 항생제가 독해서 별로 힘이 없네요." 김 씨는 들릴 듯 말 듯 기운 없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 20년 째 앓아온 당뇨합병증으로 왼발 잃어

김 씨는 1년 전까지 건설현장에서 철근공으로 일했다. 그렇다고 김 씨가 마냥 건강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미 20년째 당뇨병을 앓고 있다.

이따금 저혈당이 찾아오면 온몸에 힘이 쭉 빠졌고, 구석에서 잠시 쉬다가 일을 하길 반복했다. 문제는 유독 다리의 감각이 무디고 작은 상처라도 나면 잘 낫지 않는 증상이었다. 김 씨는 딱딱한 작업화 때문에 발에 물집이 잡힌다거나 긁혀서 상처라도 나면 혹시 더 곪진 않을까 걱정 때문에 늘 병원에 가서 치료를 했다"고 말했다.

식이조절을 하는 등 나름대로 혈당 관리를 했지만 10년 전에도 위기를 겪었다. 일하면서 오른발에 입은 상처가 덧나고 조직이 괴사해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 첫 마디와 발바닥 앞부분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야했다.

그는 신체의 일부를 잃었다는 상실감은 있었지만 걷는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다행이라 여겼다. 무엇보다 건설현장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다 했다.

한 동안 멀어진 것 같았던 불행은 지난해 4월 다시 찾아왔다. 이번엔 왼쪽 발이었다. 처음엔 오른발처럼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 첫 마디를 절단했다.

그러나 입원치료에도 상처가 아물지 않아 지난해 9월부터 3차례에 걸쳐 왼발의 대부분을 절단했다. 현재 왼발목 아래로 약간의 조직이 남아 있지만 제대로 힘을 줄 수 없어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한다. 앞으로도 왼쪽 허벅지와 정강이에 생긴 상처를 덮는 수술과 왼쪽 발목을 지지하는 철심을 수술 등도 앞두고 있다.

4천만원까지 쌓인 병원비, 수험생 아들까지 아르바이트

끝이 보이지 않는 수술과 입원 생활에 병원비는 눈덩이처럼 쌓였다. 불어난 의료비는 김 씨에게 치료만큼이나 큰 걱정거리다.

왼발목을 절단했던 병원에서 치료비를 내느라 2천만원을 빚졌고, 조직 괴사가 이어지며 옮긴 대학병원에서도 2천만원이 넘는 치료비가 또 늘었다.

앞으로 필요한 두 차례의 수술을 비롯해 치료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기약도 없는 막막한 상황이다. 거동이 불편한 김 씨는 공동간병인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이 비용만 한 달에 150만원이나 된다.

친지나 지인 등 주변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김 씨는 형제들이 있지만 어린 시절부터 경제적 사정으로 따로 사는 등 관계가 소원하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아내와도 갈등이 있어 사실상 별거상태"라고 했다.

자신의 처지만큼이나 자녀들에 대한 미안함도 크다. 김 씨가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면서 생활이 막막해진 대학생 딸은 1주일에 사흘씩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도 한 달 전부터 치킨집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정도다. 김 씨는 "한창 수능 공부에 집중해야 할 아들까지 생활고 때문에 일을 한다니 아버지로서 너무 미안하다" 고개를 숙였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김 씨는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일어설 생각이다.

김 씨는 "예전처럼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진 못할 것 같아 막막하지만 불편한 몸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몸만 낫는다면 빨리 사회에 복귀해 가장 역할을 하고 싶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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