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합병증으로 왼발을 절단한 김해종(가명·50) 씨가 힘겹게 휠체어 바퀴를 밀었다. "고등학생인 아들이 이따금 병원을 찾는 때 외에는 하루 대부분을 홀로 지낸다"는 김 씨의 표정은 외로움이 묻어났다. "절단한 부위가 아프지는 않아요. 사실 요즘 복용 중인 항생제가 독해서 별로 힘이 없네요." 김 씨는 들릴 듯 말 듯 기운 없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 20년 째 앓아온 당뇨합병증으로 왼발 잃어
김 씨는 1년 전까지 건설현장에서 철근공으로 일했다. 그렇다고 김 씨가 마냥 건강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미 20년째 당뇨병을 앓고 있다.
이따금 저혈당이 찾아오면 온몸에 힘이 쭉 빠졌고, 구석에서 잠시 쉬다가 일을 하길 반복했다. 문제는 유독 다리의 감각이 무디고 작은 상처라도 나면 잘 낫지 않는 증상이었다. 김 씨는 딱딱한 작업화 때문에 발에 물집이 잡힌다거나 긁혀서 상처라도 나면 혹시 더 곪진 않을까 걱정 때문에 늘 병원에 가서 치료를 했다"고 말했다.
식이조절을 하는 등 나름대로 혈당 관리를 했지만 10년 전에도 위기를 겪었다. 일하면서 오른발에 입은 상처가 덧나고 조직이 괴사해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 첫 마디와 발바닥 앞부분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야했다.
그는 신체의 일부를 잃었다는 상실감은 있었지만 걷는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다행이라 여겼다. 무엇보다 건설현장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 동안 멀어진 것 같았던 불행은 지난해 4월 다시 찾아왔다. 이번엔 왼쪽 발이었다. 처음엔 오른발처럼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 첫 마디를 절단했다.
그러나 입원치료에도 상처가 아물지 않아 지난해 9월부터 3차례에 걸쳐 왼발의 대부분을 절단했다. 현재 왼발목 아래로 약간의 조직이 남아 있지만 제대로 힘을 줄 수 없어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한다. 앞으로도 왼쪽 허벅지와 정강이에 생긴 상처를 덮는 수술과 왼쪽 발목을 지지하는 철심을 수술 등도 앞두고 있다.
◆ 4천만원까지 쌓인 병원비, 수험생 아들까지 아르바이트
끝이 보이지 않는 수술과 입원 생활에 병원비는 눈덩이처럼 쌓였다. 불어난 의료비는 김 씨에게 치료만큼이나 큰 걱정거리다.
왼발목을 절단했던 병원에서 치료비를 내느라 2천만원을 빚졌고, 조직 괴사가 이어지며 옮긴 대학병원에서도 2천만원이 넘는 치료비가 또 늘었다.
앞으로 필요한 두 차례의 수술을 비롯해 치료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기약도 없는 막막한 상황이다. 거동이 불편한 김 씨는 공동간병인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이 비용만 한 달에 150만원이나 된다.
친지나 지인 등 주변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김 씨는 형제들이 있지만 어린 시절부터 경제적 사정으로 따로 사는 등 관계가 소원하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아내와도 갈등이 있어 사실상 별거상태"라고 했다.
자신의 처지만큼이나 자녀들에 대한 미안함도 크다. 김 씨가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면서 생활이 막막해진 대학생 딸은 1주일에 사흘씩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도 한 달 전부터 치킨집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정도다. 김 씨는 "한창 수능 공부에 집중해야 할 아들까지 생활고 때문에 일을 한다니 아버지로서 너무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김 씨는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일어설 생각이다.
김 씨는 "예전처럼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진 못할 것 같아 막막하지만 불편한 몸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몸만 낫는다면 빨리 사회에 복귀해 가장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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