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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지식의 저주/ 이융희 교육극단 '나무테랑' 대표

이융희 교육극단 ‘나무테랑’ 대표

극단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문제와 마주치기를 반복한다. 연극 속 인물들처럼 현실 속 우리도 하루에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해내고 있는지 생각해 볼 때, 사람들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항상 느끼게 된다. 소통 부재의 원인은 아마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이야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는 것이 많아지고 정보가 많은 전문가가 되어 갈수록 일반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마디로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대체로 많은 전문가들이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상대방도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되고, 모르는 상대방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현상을 히스 형제는 '지식의 저주'라고 했다.

이융희 교육극단
이융희 교육극단 '나무테랑' 대표

1990년 엘리자베스 뉴턴은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간단한 놀이에 관한 연구논문으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녀가 연구한 놀이는 단순했다. 한 사람이 헤드폰을 끼고 생일 축하노래와 같은 널리 알려진 곡을 들으며 그 멜로디와 박자대로 탁자를 두들긴다. 그러면 다른 쪽에 있는 사람이 탁자 두들기는 소리를 듣고 알아맞히는 것이다.

실험을 위해 총 120곡을 들려주었는데 놀랍게도 제목을 맞춘 노래는 단 3곡 뿐이다. 더 놀라운 것은 두드리는 사람은 듣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맞혔을 것이라고 대답한 것이다. 그 이유는 탁자를 두드리는 사람이 듣는 사람의 입장, 즉 자신은 탁자소리 외에 헤드폰을 통해 노래가사, 멜로디, 리듬을 듣고 있지만 듣는 사람은 음악이 아닌 몇 개의 타격 음밖에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사나 리더는 목청 높여 질 좋은 강의를 이어간다고 생각하지만, 듣는 사람들은 무의미한 단절음만 들리는 것이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이 강조되고 중요함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실험은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에게 얼마나 친절하지 못한가는 보여주기도 한다.

연극은 소통의 기본적 주체이다.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닌 보여지는 것이고, 더 나아가 함께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공연제작을 항상 포럼과 함께한다. 배우들의 일방적 소통이 아닌 직접 관객들을 참여시키면서 관객과 배우의 상호소통이 이뤄지고, 같이 호흡과 시선을 맞춰가며 내면의 갈등을 함께 이끌어내어 공감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객참여의 반응도가 얼마나 높은지 그리고 그 가치를 깨달아 연극의 소통이 더 의미있게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이융희 교육극단 '나무테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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