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강효상·정동영 의원에 박수를

최정암 서울지사장
최정암 서울지사장

2015년 1월 28일 대구에서는 흐뭇한 기적이 일어났다. 발단은 그보다 약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말, 대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한 젊은이가 가방 속에 있던 돈다발을 뿌렸다. 돈은 대로변에 흩날렸고 길 가던 행인들이 걸음을 멈추고 돈을 줍느라 일대 교통이 한동안 마비됐다.

뿌려진 돈은 5만원권으로만 160장, 800만원이었다. 정신 질환을 앓던 젊은이가 고물상을 하며 힘겹게 생활하는 할아버지·아버지로부터 자동차를 산다고 받은 돈 중 일부였다.
이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이튿날부터 돈을 주워간 사람들이 하나, 둘 지구대에 반납하기 시작했고, 20일 좀 넘은 기간 모인 돈은 285만원. 남은 돈은 515만원이었지만 돌아온 돈만으로도 대구는 양심도시로 부각됐다.

기적은 그 직후 일어났다. 28일 신문 발행 준비에 바쁜 저녁 시간에 매일신문사를 찾은 수수한 옷차림의 중년 남성. 편집국 앞을 서성이다가 사회부 중견 기자에게 노란 봉투를 맡기고는 황급히 사라졌다.

기자는 자리로 돌아와 봉투를 열어보곤 깜짝 놀랐다. 노란색 고무줄에 묶인 5만원권 100장과 2009년식 다이어리를 찢어 적은 메모지가 들어 있었다.

'돌아오지 못한 돈도 사정이 있겠지요. 그 돈으로 생각하시고 사용해주세요.' 딱 30자짜리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시민들은 285만원이나 돌아왔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했지만 그분은 돌려주지 못한 사람들의 아픔을 헤아렸던 것이다.

이 사연은 메모지 사진과 함께 1월 29일 자 본지 1면 톱기사로 실렸고, 전국 대부분의 언론이 본지 기사를 전재하다시피 인용해 보도했다.

3년이 지난 사연을 다시금 소개하는 것은 요즘 다시 도마 위에 오른 네이버의 갑질 때문이다. 그때 네이버는 본지의 특종 보도 대신 서울소재 신문사가 매일신문을 인용 보도한 것을 메인 화면에 실었다.

본지의 항의에 "인링크 제휴사가 아니어서 매일신문 기사는 실을 수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이는 지역 일간지는 전국지를 능가하는 발행 부수와 인지도, 영향력을 갖고 있어도 '지방지의 하나'라는 오만한 인식에 다름아니다.

지금도 지역 언론은 아무리 좋은 기사를 써도 포털 메인 화면에 소개되지 못한다. 이를 거의 베낀 수준의 인링크(포털이 언론사 기사를 자체 편집하는 시스템) 제휴사 기사를 우선 배치한다. 지역 언론은 인링크 제휴 대상에서 제외돼 있고, 단지 검색으로만 포털에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이번에는 정치권과 서울 언론사들을 중심으로 아웃링크(포털에서 기사를 검색하면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는 시스템)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포털들의 지역 언론에 대한 홀대와 멸시가 개선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아웃링크만 도입되면 지역 언론은 완전히 설 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포털 메인화면에 지역 언론의 기사가 올라가 있지 않으면 아웃링크로 넘어갈 가능성은 제로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지역 언론 기사를 무시하는 포털이 그때 가서 개과천선한다는 보장이 없다.

최근 강효상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발의한 '지역신문·방송 기사를 포털 첫 화면에 게재하는 법률안'과 정동영 민주평화당 국회의원이 낸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바탕으로 지역신문·방송의 기사를 일정 비율 게재하는 법률안'이 통과돼야 하는 이유다.

지역 언론의 필요성과 위기를 절감, 용기 있고 시의적절한 법률안을 발의한 두 국회의원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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