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文정부 양극화 되레 악화] 가계소득, 서민 8%↓ 부자 9%↑…정부도 당황

소득주도 경제 정책 '발목'…폐지하려던 통계 부활시켜 결국 스스로 발등 찍은 셈

정부가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형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라질 뻔한 통계 조사를 되살려놨으나 원치 않던 결과가 드러남에 따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치 않은 부담스러운 통계’는 지난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분위(소득하위 20%)의 가계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감소했다. 반대로 1분위와 달리 5분위(소득상위 20%) 가계소득은 9.3% 증가했다.

쉽게 풀어보면 올해 초 3개월 동안 가난한 사람들(1분위)의 소득은 10분의 1가량 줄어들고, 부자들(5분위)은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이 줄어든 만큼 오히려 늘었다는 의미다. 더욱이 소득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5.95배로, 2003년 이후 소득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저 임금 인상 등을 통해 서민들의 소득을 인위적으로 올리면 경제도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이란 현 정권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 것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통계 결과가 공개되자 그동안 통계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던 기획재정부가 직접 배경 브리핑까지 할 정도로 여권은 당혹스러워했다. 문재인 정권이 추진한 소득주도형 경제 정책을 홍보하려 추진했던 통계가 오히려 발목을 잡아 버렸기 때문이다.

이번 통계는 통계청 계획대로라면 원래 폐지됐어야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억지로 예산까지 배정해 다시 살려놨다. ‘긁어 부스럼’을 만든 점이란 점에 정부·여당은 더욱 당혹해하고 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이번 통계는 신뢰도가 낮다는 비판에 따라 올해부터 폐지가 확정됐다. 1990년부터 시행된 가계동향조사는 그동안 한국의 소득불평등 실상을 왜곡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통계청은 이런 비판을 받아들여 가계동향조사를 올해까지만 하고 내년부터 중단하기로 지난해 말 결정한 바 있다.

그런데 새 정부가 불쑥 지난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소득주도 성장 뒷받침’을 이유로 부활시켰다. ‘정권의 입맛에 따른 맞춤형 통계가 양산될 것’이란 우려까지 무시하면서 여당은 당초 정부 예산안에도 없던 사업을 뒤늦게 끼워넣었다.

당시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 효과 파악과 소득 변화 요인 등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예산 반영을 요청했고 통계청의 상위 기관인 기재부도 동의했다. 

이를 두고 자기 발등을 자기가 찍었다는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통계청이 애초 계획한 대로 올해부터 분기 가계소득 통계를 발표하지 않았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텐데 기재부와 민주당이 과도한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큰 화를 불렀다”며 “앞으로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과거보다 훨씬 나쁘게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소득주도 성장 논리가 허구라는 점은 이번 통계로 여실히 증명됐다”며 “특히 가계동향조사 부활 논란은 통계가 정권 입맛에 따라 춤을 춘 ‘흑역사’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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