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애물단지 된 '범어월드프라자', 市는 근본적 해법 세워라

대구시가 수성구 범어네거리 지하상가(범어월드프라자) 활용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예술 전시와 체험교육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 이 공간 가운데 절반이 내년부터는 텅 빌 위기에 놓이는 등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뾰족한 대책을 못 세우고 있다. 안 그래도 매년 10억원 넘는 관리비가 나가는 판국에 시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막대한 재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도 마땅한 선택지가 아니라서 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범어월드프라자는 대구문화재단이 운영 중인 문화예술공간 ‘범어 아트 스트리트’와 대구시교육청의 초등학교 영어학습체험장 ‘글로벌 스테이션’으로 양분돼 있다. 하지만 최근 시교육청이 글로벌 스테이션 철수 의사를 밝히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환기시설 부족으로 인해 습기와 탁한 공기에 장시간 노출된 학생 및 교사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사태는 예견된 일이었다. 이곳은 2009년 인근에 주상복합건물을 지은 민간업자가 484억원을 들여 조성해 시에 기부채납한 공간인데 환기·수도·가스 시설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활용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상가 임대에 실패한 시가 영어마을 유치 등 이런저런 시도를 했지만 수포로 돌아간 데 이어, 겨우 유치해놓은 글로벌 스테이션마저 떠나겠다고 나섰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 같은 사태는 활용 청사진도 없이 덜컥 기부채납부터 받은 시의 무사안일이 빚어낸 필연적 결과물이다.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 만큼 시는 글로벌 스테이션을 붙잡아 둘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불만 요인이 된 나쁜 학습 환경은 예산이 들더라도 개선해놓아야 한다. 상업 공간에 혈세를 들이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일부 지적도 있지만, 이미 범어월드프라자가 시민을 위한 공적 기능 공간이 됐으므로 이참에 멀리 내다보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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