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때로 자신에게 부여된 삶에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여성으로써 감내해야 하는 불평등, 조직과 사회가 만든 부당함, 선택권이 상실된 채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낙인과 차별, 이 렇게 잘못 부여된 삶을 그저 살아만 갈 것인가? 마냥 마주하고만 있을 것인가? 간절하게 변화를 원한다면 죽어서 주어지는 변화가 아니라 살아서 그 변화를 맛보아야 한다. 나라는 사람의 가치는 내가 어떤 위험을 감수하느냐에 달려 있다. 나는 오늘 나에게, 내일의 자유를 선물하기로 했다.

래티샤 콜롱바니는 1976년 프랑스 출생으로 영화학교에서 카메라, 조명, 특수효과를 공부한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다. 『세 갈래 길』은 그녀의 첫 소설로 2017년 프랑스 베스트셀러이며 전 세계 27개국에 출간된 세 대륙, 세 여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치 세 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듯 생동감이 넘친다. 인도의 스미타를 읽고 있으면 시칠리아의 줄리아가 궁금하고, 줄리아를 읽고 있으면 캐나다의 사라가 궁금해진다. 그녀들의 처절한 순간순간이 궁금해서 온전히 빠져들게 된다. 빠져들수록 분노하게 되고 응원하게 된다.
인간을 서열화하는 신분제인 인도의 카스트제도. 그런데 카스트에도 포함되지 못한 채 노예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불가촉천민 달리트가 있다. 달리트의 여자들은 손으로 똥을 치우고, 남자들은 손으로 쥐를 잡으며, 상위 신분이 먹다 남긴 음식과 잡은 쥐로 끼니를 연명한다. 스미타의 삶이다. 가발공방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사고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줄리아는 전통적인 방법만 고수하느라 기울어져 가는 공방과 가족을 살리기 위해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야하는 희생의 도구가 된다. 두 번의 이혼, 세 아이의 엄마, 남성 우위의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고자 전쟁하듯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유리천장을 뚫은 변호사 사라. 하지만 유방암이라는 질병이 찾아오면서 전쟁조차 허용되지 않는 불결한 존재로 치부되어 나락으로 떨어진다.
세 여자에게 부여된 삶, 신분의 되물림에 마주한 스미타, 전통과 가부장제에 부딪친 줄리아, 남성중심의 경쟁사회에서 질병이 주는 낙인에 찍힌 사라, 부당하기 짝이 없는 현실 앞에서 그녀들은 '왜?' 라는 질문보다 '어떻게?' 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결단한다. 불가촉천민 스미타는 운명처럼 부여된 신분을 딸에게만은 물려주지 않기 위해 고향을 도망쳐 딸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향한다. 줄리아는 전통의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새로운 방법으로 가발공방을 성장시키려 한다. 사라는 남성중심사회에서의 경쟁, 질병과의 전쟁이 아닌 사랑하는 아이들의 자상한 엄마로서의 삶 속에서 자신만의 미래를 계획한다.
'주어진 길에서 벗어나려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야. 공짜로 되는 건 없어.(86쪽)' 스미타의 부르짖음대로 그녀들은 숱한 어려움을 감수하며 끝끝내 자신들에게 부여된 삶의 고리를 끊고자 용기를 냈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희미한 빛을 따라 그녀들 스스로 오늘의 자신에게, 내일의 자유를 선물했다. 미래를 만드는 것은 가능성과 약속이라는 것을 믿었기에. '꿈은 간혹 현실이 된다.(281쪽)' 나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내일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하승미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사진: 하승미 작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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