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에서 새롭게 내놓은 두 편의 드라마가 나란히 호평을 들으며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휘어잡았다. JTBC의 새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그리고 금토 드라마 '스케치'는 각각 5월 4주차에 첫 방송돼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법정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는 첫 방송부터 4%(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대를 넘어섰으며, 2회부터 5%대로 진입했다. '스케치' 역시 마찬가지다. 1, 2회가 4%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호응을 끌어냈다. 체감시청률이라 할 수 있는 화제성 수치도 높았다. 화제성 조사회사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이 주간에 '미스 함무라비'가 드라마 부문 화제성 1위에 올랐다. '스케치'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드라마 출연진 화제성 순위에서도 '미스 함무라비'의 고아라와 김명수가 나란히 1, 2위를 나눠가졌다. 같은 드라마에 출연중인 성동일도 6위에 올랐다. '스케치'의 주연배우 정지훈도 드라마 출연진 화제성 순위 4위에, 동반출연중인 이선빈과 이동건도 7위와 8위 자리를 차지했다. 톱 10 순위권을 JTBC 드라마 출연진들이 휩쓸었다.
# '미스 함무라비', 현직 판사가 집필한 법정드라마

월화 오후 11시에 방송되고 있는 '미스 함무라비'는 2016년 말에 발표된 현직판사 문유석의 동명소설을 영상화했다. 현직판사의 눈으로 바라본 현실의 문제점, 그리고 이상적인 법정과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바람을 담아낸 픽션이다.

문유석 판사는 '미스 함무라비' 외에도 '판사유감' '개인주의자 선언' 등의 저서를 통해 법과 그 외 사회전반에 대한 시선을 드러냈던 인물이다. 그 외 중앙일보 칼럼 등을 통해 다양한 어록을 남기며 독자들과 교감해 팬층을 형성하기도 했다. 심지어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의 대본 직접 집필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16부작 미니시리즈를 처음 집필해보는 '신인 작가'의 데뷔신고는 앞서 전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방송 3회 만에 5% 돌파, 화제성 1위라는 놀라운 성과와 함께 화려하게 이뤄졌다.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는 이상주의자에 가까운 초임 열혈 판사가 직접 법정으로 들어서면서 겪게 되는 일을 그린다. 고아라가 혈기왕성하고 활력 넘치는 초임판사 박차오름 역을 맡았다. 인기 아이돌그룹 인피니트의 김명수(엘)가 원리원칙을 따지는 엘리트 판사 임바른을 연기한다. 중견배우 성동일이 부장판사 한세상 역을 맡아 무게중심을 잡아준다. 여기에 신예 이엘리야가 섹시하고 도도한 매력을 가진 속기 실무관 이도연으로 출연해 시선을 집중시키며, 류덕환이 유쾌하고 오지랖 넓은 판사 정보왕 역을 소화하며 웃음을 준다.

내용은 사회에서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사건과 법정에서 벌어지는 갈등, 그리고 최종 판결이 이뤄지는 과정을 다룬다. 초반부에는 법의 역할에 대한 이상을 가지고 있는 초임판사 고아라는 사건과 피고-원고의 상황에 감정이입해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명수와 성동일은 '한발 떨어져 객관적인 태도로 사건을 바라보라'며 충고하지만 이내 고아라의 당돌함에 동화돼 '인간적인' 판결을 내리는 쪽으로 우회한다. 동시에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고아라 역시 지나치게 이상만 가지고 판결을 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조금씩 객관적인 입장을 띄려 노력한다. 결국 이 드라마는 현대 대한민국의 법이 가진 장점과 단점, 그리고 이를 집행하는 사람들이 가진 갈등과 고민 등을 다루며 가장 이상적인 판결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동시에 사회에서 가장 '핫'하게 부각되는 여러 가지 이슈들을 끄집어내 다양하게 충돌하는 입장들을 보여주며 생각할 시간을 주기도 한다.
접근방식은 다소 투박한 편이다. 법정에서 다루고 또 지금 다뤄질 만한 이슈들을 짧은 시간에 다양하게 보여주려다 보니 전개 자체가 빠르다. 대부분의 갈등과 해결과정을 대사와 내레이션으로 처리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미드'(미국드라마)의 영향까지 받으며 세련되고 감각적인 연출과 편집이 이뤄지고 있는 현 드라마계에서 '미스 함무라비'는 '옛 방식'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대사와 설정이 요즘 말로 오글거리기는 경향이 있다. 사건이 풀려나가는 과정 역시 유치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분명 있다. 하지만 현 사회가 관심을 가질만한 사건을 직접적으로 건드리고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 그리고 그 갈등을 겪고도 쉽게 바뀌지 않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보여주며 시청자들과의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의 화법'으로 시청자와 대화함에도 이 단순한 방식의 효과가 이미 시청률과 화제성을 통해 입증됐다. 시청자의 동의를 얻고 있다면 그 장점도 분명 인정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 '스케치', 트렌디한 소재의 액션 드라마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11시에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는 '스케치'는 '미스 함무라비'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성격의 드라마다. 연출과 편집, 대본 집필방식, 배우들의 연기 톤, 소재 등 전 부분에 걸쳐 뚜렷하게 반대의 진영에 자리 잡고 있다. '미스 함무라비'가 교훈적인 내용과 쉽고 단순한 전개로 중장년층까지 사로잡는다면, '스케치'의 경우 트렌디한 소재와 감각적인 영상으로 젊은 층에 어필한다.

말 그대로 '스케치'는 요즘 국내 드라마에 많이 쓰이는 판타지에 액션을 가미해 시절에 걸맞은 상품으로 가공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소재도 독특하다. 미래에 일어날 사건을 미리 캐치하고 불행한 일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톰 크루즈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한차례 차용된 소재의 확장판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스케치'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미래의 사건을 예상하고 그 사건 발생을 막아보려는 쪽과 아예 미래에 위험요소가 될 인물 자체를 사전에 제거해버리자는 강경파의 대결을 다룬다. 불행한 일을 막겠다는 취지는 같으나 대응방식과 가치관에 있어 뚜렷한 대비를 이루는 양대 진영이 치열하게 대립하며 화끈한 액션을 펼친다.

소재 뿐 아니라 전개방식 역시 젊은층을 끌어당길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과정에서도 갖가지 트릭을 사용한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사건의 실마리는 이것'이라고 짐작하게 해두고는 수시로 반전을 줘 놀라게 만드는 방식이다. 2회까지 전개되는 과정에서도 한 회에서만 수차례 이런 식의 트릭이 사용됐는데, 그렇다고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게, 시청자들이 내용을 따라잡기 크게 부담스럽지 않을 수준에서 트릭이 사용돼 몰입도를 높이는 장치로 잘 쓰였다. 각자 반대 진영에 선 두 남자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분노를 가지게 되는 과정이 묘사됐으니 앞으로 양측의 치열한 액션극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연배우는 정지훈(가수 비)과 이동건이다. 정지훈이 미래사건을 내다보는 스케치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약혼녀를 잃고 복수심을 가지게 된 강력계 형사 강동수를 연기한다. 이동건은 강경파 진영의 행동대장 역을 소화한다. 특수전 사령부 소속 중사다. 임신한 아내가 억울하게 살해당한 후 삶의 의미를 잃고 있다가 '잠재적 범죄자'를 제거하는 작업에 동참하게 된다. 이선빈이 미래의 사건을 무의식중에 스케치하고 사건발생을 막으려하는 형사 유시현을 연기하며 정지훈과 팀을 이룬다. 이동건 측의 진영에는 정진영이 있다. 미래를 내다보고 '잠재적 범죄자'를 사전에 처단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내사과 과장 장태준 역이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