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 연계교재인 'EBS 수능특강'의 문법 부분에서 가장 많은 이의제기와 질문을 받는 것이 반모음(半母音)에 관한 문제이다. 반모음은 발음할 때 공기의 흐름이 방해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모음과 비슷하고, 홀로 발음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자음과 비슷하다. 이처럼 모음과 자음의 중간적인 위치를 지닌다고 해서 반모음이라고 부른다. 영어의 경우에는 'y'(발음기호로는 j)와 'w'처럼 반모음을 나타내는 문자가 있어서 모음과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한다. 모음 앞에서는 'an apple'처럼 부정관사 'an'을 사용하지만 'a young boy'처럼 반모음 앞에서는 자음과 마찬가지로 부정관사 'a'를 사용한다. 그런데 우리말에서는 반모음을 따로 문자를 정해 놓지 않고 '야(ya)', '와(wa)'처럼 기존의 모음 글자들을 이용해서 반모음을 표기한다는 점이 다르다.
문제는 '가시어→가셔', '쏘아→쏴'와 같이 한 음절을 줄여서 발음하는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데 있다. 대부분의 문법 교과서들에서는 이 현상에 대해 모음이 '축약'되는 현상이라고 기술을 한다. 축약은 '독해'가 '도캐'로 발음되는 것처럼 두 음운(ㄱ과 ㅎ)이 합쳐져 하나의 음운(ㅋ)이 되는 현상이다. 마찬가지로 교과서들에서는 두 개의 모음이 합쳐져 새로운 모음 하나로 축약되는 현상이라고 기술한다. 그런데 이 말들을 실제 발음해 모습을 보면 [gasiə]가 [gasyə]가 되었고, [soa]가 [swa]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축약이 일어났다면 음운 개수가 줄어야 정상인데, 'i'가 'y'로, 'o'가 'w'로 교체되는 현상만 일어났을 뿐 음운 개수는 같다. 현행 고등학교 문법 교과서들에서는 모두 반모음을 자음, 모음과 같은 음운으로 설정을 하고 있다. 반모음을 음운으로 인정한다면 '가시어→가셔'가 되는 것은 음운 개수는 그대로이므로 축약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i'가 'y'로, 'o'가 'w'로 교체되는 것을 음운의 축약으로 기술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한 음절에는 반드시 모음이 있어야 하므로 모음의 수가 줄면 자동적으로 음절의 수도 줄어들게 된다. 모음의 수가 줄어드는 방식은 '가아서[gaasə]→가서[gasə]'가 되는 것처럼 모음 하나가 탈락되는 경우, '아이[ai]→애[ӕ]'처럼 하나의 음운으로 축약되는 경우, 그리고 앞에서 설명한 반모음으로 교체되는 경우로 설명할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외우면 명쾌하지만 현상의 이유를 설명하려고 하면 어렵고 애매하게 느껴지는 것이 문법 공부의 특징이다.
대구능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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