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과에 이어 우박까지 농심 '피멍'

우박피해 농민들 "폐농 위기에 처했다. 대책 마련해 달라" 호소

경산시 자인면
경산시 자인면'와촌면 일대에 30일 오후 우박피해로 농작물 피해가 심각하다. 자인면 신관리 한 농민이 우박피해를 입어 상처가 난 복숭아를 내보이고 있다. 김진만 기자

"우박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하지만 선거철이라 행정기관에서 관심이 덜합니다. 농민들의 피해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지원책을 마련해 주십시오."

경북지역 사과농가의 낙과 피해(본지 5월 30일 자 12면 보도)에 이어 설상가상으로 우박까지 내려 경북 농심에 피멍이 들고 있다.

31일 경산 자인면 신관리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이만희(71) 씨는 "우박이 내려 복숭아 열매에 구멍이 뚫려 수확을 해도 상품으로 팔 수 없을 지경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날 오후 경산 자인면 신관'신도'읍천'옥천'원당'동부리와 와촌면 신한'대한'음양'대동리 일대에 5분 정도 사탕알 크기의 우박이 내려 복숭아와 자두, 사과 등 과일이 큰 피해를 당했다. 같은 마을 이상직(71)씨도 "50년 동안 농사를 지었지만 이번처럼 우박 피해를 입기는 처음이다"고 말했다.

이 마을 이대형(52) 이장은 "지난 봄 눈과 서리, 냉해로 지난해 대비 절반 정도 복숭아 열매가 맺힌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격으로 우박이 내리는 바람에 수확할 것이 10~20%도 되지 않을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의성군과 군위군도 사정은 마찬가지. 29일 쏟아진 우박으로 농작물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의성군의 경우 금성면과 봉양면의 자두와 사과밭이 우박 피해를 입었다. 봉양면 삼산1리에서 사과밭을 경영하는 김희도(53) 새마을지도자는 "올해 사과 농사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울먹였다.

자두밭을 경영하는 금성면 구련2리 김석주(58) 이장은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자두 농사를 지어왔지만, 올해 같이 이렇게 우박 피해를 입은 것은 처음이다. 우박 피해로 올 농사를 포기해야 할 형편이다"고 했다.

안동시 임동면 고곡'임하'신덕'천전리 등에도 29일과 30일 우박이 내렸다. 이곳은 사과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주산지로 총 200㏊ 규모의 사과밭이 있다. 이번에 내린 우박은 지름 2~3㎜ 수준으로 크기가 작아 현재까지는 정확한 피해규모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권재인 안동시 농산팀장은 "이번에 내린 우박이 워낙 작아서 현재까지는 육안으로 피해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피해 확인까지는 일주일가량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혹시 우박 피해로 인한 병해충 등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30일 오후 경산시 자인면고 와촌면 일대에 국지적으로 메주콩만한 우박이 내려 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었다. 자인면 신관리 한 농민이 우박으로 상처가 난 복숭아를 살펴보고 있다. 김진만 기자
30일 오후 경산시 자인면고 와촌면 일대에 국지적으로 메주콩만한 우박이 내려 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었다. 자인면 신관리 한 농민이 우박으로 상처가 난 복숭아를 살펴보고 있다. 김진만 기자

경북도에 따르면 29, 30일 이틀간 내린 우박으로 피해가 난 농작물 규모는 10개 시'군 392.2㏊에 이른다.

안동 200㏊, 영천 63.8㏊, 군위 41.7㏊,경산 32.2㏊,의성 30㏊,영양 20㏊에서 피해를 봤다. 작목별로는 사과가 242.2㏊로 피해가 가장 컸고 복숭아 77㏊, 자두 47.3㏊, 배 12㏊ 등이다.
잠정집계로 앞으로 정밀조사를 하면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경북도 관계자는 "우박은 연중 60% 이상이 봄에서 여름으로 접어드는 5∼6월에 내린다. 여름으로 접어드는 6월에는 대기 불안정으로 우박이 자주 내릴 수 있어 피해 발생 후 병해충 방제 등으로 추가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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