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노년을 외롭고 힘들게 보내는 어르신들에게 음악봉사를 하고 있어요. 어르신들이 박수를 치며 얼마나 즐거워하는 지 몰라요."

지난달 26일 달성군 하빈에 있는 대구보훈요양원 3층 공연장. 중풍, 치매환자 어르신 100여 명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앉아 있다. 앞쪽 무대에서 가수가 반주기에 맞춰 '무너진 사랑탑' 노래를 불렀다. 어르신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흥얼거렸다. 다음은 국악인들이 한복을 입고 부채춤 공연을 펼쳤다. 화려한 부채가 나비처럼 예쁘게 춤추자 어르신들은 탄성을 질렀다. 이어 애절한 색소폰 연주가 시작되자 장내는 차분해졌다. 마지막에는 공연자 모두가 '어머님 은혜' 노래를 합창했다. 어르신들도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무대는 한마음이 됐다. 이날 공연은 한국음악예술봉사단이재능기부를 하는 자리였다.
한국음악예술봉사단은 2014년 창단됐다. 단장인 구자원(62) 씨와 나영환(61) 한국음악예술인협회장, 후원회장인 이영직(61) 대산엘리베이터 대표가 의기투합해 결성했다. 단원은 대구에서 활동하는 가수, 국악인, 색소폰 연주자, 각설이 등 2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나이는 50대 중반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단원들은 대명동에 음악연습장을 갖추고 있으며 매주 토요일 저녁에 모여 연습을 하고 있다. 임원만 회비를 내고 나머지 단원은 회비가 없다.
"어르신 한 분은 전쟁에 나가 가슴에 총상을 입은 훈장을 갖고 계셨어요. 노래를 자청해 나라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군가를 부르기도 했어요. 어느날 보이지 않아 행방을 물었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참 아팠어요."
한국음악예술봉사단은 매월 2회 공연하고 있다. 정기공연은 넷째주 토요일 대구보훈요양원에서 4년째 열리고 있다. 음향 장비는 나영환 회장이 제공하고 직접 차로 음향기기를 싣고 온다. 비정기 공연은 장애인 시설, 복지관 등에서 초청공연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매주 1회 독거노인, 장애인 가정 4곳에 반찬 배달과 매주 1회 복지시설 목욕봉사도 하고 있다. 특히 한국음악예술봉사단은 작년 6월 보훈의달을 맞아 6·25전쟁을 소재로 연극을 만들어 대구보훈요양원에서 공연을 갖기도 했다. 또 작년 여름에는 두류공원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시민들을 위한 음악공연을 펼쳤다. 올해에는 화원유원지 사문진 나루터에서 음악공연을 할 예정이다.
"우리 봉사단은 '덕을 베풀면 외롭지 않고 반드시 좋은 이웃과 친한 벗이 생긴다'란 글귀를 단훈으로 사용해요. 단원들 모두 화합을 잘하고 외로운 이웃을 내 가족처럼 여겨요."
구자원 단장은 20년간 한학 공부를 해오면서 대구향교 장의, 초중학교 예절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또 10년간 법무부 법사랑위원을 지냈다. 후원회장인 이영직 대표는 30년간 법무부 법사랑위원 활동을 하고 있다. 이도현 고문은 작년 말 경찰공무원을 퇴직한 뒤 색소폰을 배워 연주 봉사를 하고 있다.
구자원 단장은 "단원 중에는 실력을 갖춘 가수가 정말 많다. 앞으로 지역 축제나 행사에 음악재능을 선보일 기회를 자주 가지겠다"고 했다.
김동석 기자 dotory125@msnet.co.kr
※알립니다=지역사회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숨은 민간 봉사단체를 지면에 소개해드립니다. 공연, 무료급식, 이미용, 물품나누기, 집짓기, 재능기부 등 순수한 봉사단체라면 가능합니다. 연락처 010-3510-7216, 메일 dotory125@msnet.co.k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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