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시도하려 했다는 행정처 내부 문건을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공개하자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복 움직임이 봇물을 이룬다. 지난달 29일 KTX 해고 승무원들이 대법정을 기습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데 이어 전교조,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측 등 ‘문건’에 적시된 판결의 이해 당사자들도 일제히 판결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불복은 ‘문건’에 들어 있는 사건에 그치지 않고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때의 모든 대법원 판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 걱정인 것은 양 전 대법원장 때에 그랬다면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부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어떻게 믿겠느냐는 소리도 나온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을 ‘적폐’로 몰려다 김 대법원장이 ‘미래의 적폐’로 예약되는 꼴이다.
법원행정처가 ‘재판 거래 시도’ 문건을 만든 것은 그 자체로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권력에서 독립된 사법부라는 위상을 스스로 허무는, 사법부의 자기부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 거래’는 ‘문건’ 상의 ‘시도’였을 뿐 실행되지 않았다. 특별조사단은 ‘거래 시도’가 실행된 정황은 물론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도 찾지 못했다. 시도가 되지 않은 ‘거래 시도’였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문건 공개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낳은 판결이 사법적 정의의 실현이 아닌 정권의 입맛에 맞춘 ‘정치적 판결’로 몰아가기 위함이 아니었느냐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이 자초한 의심이다.
문건 공개에 앞서 해당 사건의 대법관들을 조사했다면 ‘재판 거래’가 사실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법부 전체의 오욕(汚辱)으로 번질 의혹을 공개하면서 기본적인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는 사법부에 대한 총체적 불신이다. 그 책임은 김 대법원장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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