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추미애 김부겸 유시민

권성훈 문화부 차장
권성훈 문화부 차장

정권이 바뀐 지 1년 남짓. 이제 대구경북(TK)은 기댈 곳이 없다. 이명박(포항)·박근혜(대구) 전 대통령은 영어의 몸(구속 상태)이 되어 있고, TK는 남북평화시대에 딴지나 거는 보수 꼴통 지역으로 낙인찍혀 오갈 데가 없다. 정부 고위급 인사나 예산, 사업 등에서도 TK는 '저 외딴섬' 취급을 받고 있다. 사실 TK는 이명박근혜 9년 정권에서도 별달리 특혜를 받은 것도 없다. 이 상황에서 그래도 손을 내밀 만한 여권 3인방이 떠오른다.

첫 번째 인사는 현 여당(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다. 경북여고를 졸업하고 한양대 법대를 나와 법조인으로 살다 훌륭한 여성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물론 대구에서 정치를 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지역민들과 기자들조차 추 대표가 대구에서 자라 학창시절을 보낸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고향 까마귀'라는 말이 있듯, 추 대표가 그래도 대구를 조금이라도 생각하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모습만 평가하자면 고향 대구는 그녀의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혹독한 야당 시절을 보내고 있는 고향을 적진으로 여기는 것 같다. 기대할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아는 몇몇 지역민들은 "추미애는 대구 여자 아이다. 고마 호남 며느리다"라고 비아냥거린다.

두 번째 인사는 대구가 사랑하는 정치인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경북 상주가 고향으로 당시 TK 최고 명문인 경북고(56회)를 졸업했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정치에 입문해 경기도 군포시에서 내리 3선(16~18대 국회의원)을 했다. 이후 보수의 아성인 대구에서 고배를 마신 끝에 제20대 총선(2016)에서 대구에 파란 깃발(더불어민주당)을 꽂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김 장관이 대구를 위해 해준 것을 생각하면, 'Nothing'이라는 영어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경찰청 인사에서도 지난해 약속한 것을 올해 초 지키지 못했고, 정부 예산 확보에서 대구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이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서도 낮과 밤에 서로 다른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는 한 지역민들의 얘기를 전해들었다. 오지도 못할 거면서, 대구의 특정 행사에 참석하겠다는 공수표도 많이 날렸다.

세 번째 인사는 경주가 고향이고, 대구 심인고를 졸업한 방송인 유시민(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왕의 남자'로 불릴 정도로 실세였으며, 현재도 진보 세력 중에는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논객으로 활동하고 있다. JTBC 프로그램인 '썰전'과 '뉴스룸' 등을 통해 폭넓은 지식과 화려한 말발로 많은 진보층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어떻게 보면, 추미애김부겸보다 더 영향력이 큰 정치 논객이자 방송인으로 '진보 세력의 아이콘' 같은 존재로 추앙받고 있다.

하지만 잠시 생각을 반대로 돌리면, 고향 TK에는 비수를 꽂고 있는 인물인 셈이다. 유시민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보았지만 단 한 번도 고향을 두둔하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반면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을 가르치고, 계도하려는 얘기는 여러 차례 들었다.

김대중 정권 시절 경북 울진이 고향인 김중권 비서실장과 노무현 정권에서 '왕수석'이라 불렸던 대구 출신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은 적어도 TK 관련 인사나 예산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끼치며, 고향을 위해 애쓰려는 노력도 했고 실천도 했다. 여권의 훌륭한(?) TK 3인방(추-김-유)은 대구경북을 위해 최소한의 것이라도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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