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빨간불 온 한국 경제, 그대로 밀고 간다는 정부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경고음이 계속 울리고 있다. 급기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사업 부진이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앞서 통계청은 ‘4월 취업자 증가 폭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라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의 야심 찬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도 올해 1분기 소득분배 지표는 2003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좋지 않았다. 기업은 ‘투자 보따리’를 풀러 해외로 간다.

경제 경고가 정부 내에서 나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경제정책 라인 간 경제 상황에 대한 엇박자까지 겹쳤다. 김동연 부총리는 “최저임금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 하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없었다”고 한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현 경제 상황을 ‘침체 국면 초기 단계’로 진단하자 김 부총리가 이를 부인하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나온 KDI 보고서는 한국 경제가 사실상 경기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올해 3.8%, 내년 3.9%로 더 올라가는데 우리나라만 올 상반기 2.9%, 하반기엔 2.8%로 떨어지고, 내년엔 2.7%로 더 떨어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대로’에 힘을 싣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서 “거시 지표를 보면 우리 경제는 전체적으로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소득주도 성장론이 실패했다는 진단은 성급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주장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홍보 부족을 탓하고 있다. 대통령이 너무 한쪽 소리만 듣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소상공인과 영세 상인들은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호소한다. 젊은이들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과 다른 소리를 내는 국민들, 경제부처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열어두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빨간 등 켜진 경제지표를 무시하고 대통령이 듣고 싶은 소리만 들어서는 경제는 반쪽이 된다. 통계는 거짓으로 꾸미지 않는 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또 다른 쪽의 아우성과 악화하는 경제지표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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