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당 대표 리스크'에 건너뛰기 외 대책 없는 한국당

6·13 지방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선거운동은 희한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지난 주말에 전국 순회 유세에 나섰지만, 정작 후보들은 유세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후보들이 인기 없는 당 대표를 공공연하게 ‘패싱’시키는 것은 정치판에서 듣도 보도 못한 현상이다. 한국당이 지리멸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홍 대표가 지난달 31일부터 이틀 동안 경북 포항, 경기도 성남, 충남 천안, 부산, 울산 등에서 지원 유세를 벌였지만,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 한국당의 한 광역단체장 후보는 “홍 대표가 미워서 못 찍겠는다는 분들이 많다. 선거에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걸리적거리지는 말아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홍 대표가 1일 경북 포항을 찾아 유세를 벌인 청하시장도 논란거리였다. 이강덕 포항시장 후보와 지역 국회의원 등 200여 명이 참석했지만, 청하시장은 유동인구가 얼마 되지 않은 외곽 장터여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꼴이었다. 홍 대표를 가능하면 시민과 접촉시키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얘기까지 나왔으니 희극이 아닐 수 없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대구경북을 접전지로 보고 이름 있는 국회의원을 대거 출동시켰다. 정청래 전 의원, 이재정, 손혜원, 조응천, 홍의락, 표창원 의원, 강금실 전 장관 등이 2, 3일 대구 동성로, 북비산네거리, 포항·경주·영천 등에서 지원 유세를 벌였다. 양 당 균형의 추가 기울어도 한참 기울고 있음을 보게 된다.


한국당의 추락은 예견돼 있었지만, 그 정도가 너무 급격하다. 한국당으로선 홍 대표의 유세 일정을 중단하는 것말고는 대책이 전혀 없으니 선거 결과가 뻔해 보인다. 특정 정당의 독식은 민주주의를 위험케 하는 요소다. 쉽지는 않겠지만, 한국당과 다른 정당들이 체제를 정비해 선거 막판까지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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