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일자리 문제 긴 호흡으로 풀자'

권혁세 법무법인(유) 율촌 고문, 숙명여대 겸임교수, 농협중앙회 비상임이사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단기 실적에 집착해 경기 대책 남발
가계 부채 늘고 재정건전성만 악화
트럼프발 무역 전쟁, 최저임금 인상
외생변수도 고용 감소에 영향력 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경제 면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정책이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정책이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높은 국민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 분야는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자리 창출 분야가 낮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최근 3개월간 취업자 증가 수가 연속 10만 명대에 그친 고용 부진과 10%를 넘는 높은 청년실업률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고용 부진이 계속되자 정부 내에서도 부진 원인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일자리 부진은 경기 측면과 구조적인 측면이 모두 영향을 미치지만 최근의 일자리 부진은 구조적인 측면과 외생적 변수로 인한 요인이 커 보인다.

구조적 요인으로는 첫째, 글로벌 분업 차원에서 제조업 일자리가 선진국에서 생산 비용이 저렴한 신흥국으로 이전되는 글로벌 산업구조 조정에 따른 일자리 감소다. 전통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영향으로 국내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이미 시작되고 있고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조선업이나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과거 미국의 러스트벨트(Rustbelt)와 같은 현상으로 지역 경제가 침체되고 일자리가 줄고 있다. 특히, 미국의 러스트벨트를 보호하기 위한 트럼프발 보호무역 전쟁은 사실상 글로벌 일자리 전쟁으로 앞으로 국내 수출 대기업들이 미국의 무역 규제를 피하기 위해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글로벌 일자리 전쟁에서 국내 일자리를 뺏기지 않으려면 해외 공장의 국내 이전 유도와 국내 공장의 해외 이전을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러스트벨트 지역을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하는 차원을 넘어 이 지역에 새로운 혁신 산업을 유치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내 산업의 구조적인 요인에 따른 일자리 감소다. 인구구조 변화와 국민소득 향상으로 국내 산업구조가 선진국형으로 전환되어야 하나 아직도 신흥국형에 머물고 있다. 지금과 같은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중소제조업과 음식도소매숙박 위주의 자영업으로는 여성과 청년들이 원하는 질 좋은 일자리를 공급할 수 없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같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뒷받침하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60%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서비스업 고용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70%대로 올릴 필요가 있다.

셋째, 국내 인력 수급의 미스 매치(mismatch) 도 일자리 부진 요인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구조 변화는 인력 수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청년실업률이 높은 이유는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부족하고 신산업에 필요한 인력 공급을 위한 교육 개혁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구조적인 요인은 문제 해결에 시간이 걸리므로 긴 호흡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과거 정부의 사례를 보면 단기 실적에 집착해 경기 대책을 남발한 결과 가계 부채가 늘고 주택가격이 상승하며 재정건전성만 악화된 반면 청년과 여성들이 원하는 지속 가능하고 질 좋은 일자리는 창출하지 못했다.

한편, 트럼프발 무역 전쟁, 신흥국 통화 위기,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노동정책, 대기업 규제정책과 같은 외생변수도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변수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구조상 무역 전쟁으로 인한 수출 둔화와 대기업 규제 강화로 인한 국내 투자 위축은 고용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에서 보듯이 일자리 창출과 근로조건 개선은 서로 상충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