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6일부터 4일간, 충북 일원에서 제47회 전국소년체전이 개최되었다. 이전 대회와 달리 어린 학생들이 승부 경쟁을 지양하고 화합을 다지도록 시․도간 메달 집계를 하지 않고 순위를 발표하지 않았던 점은 올 해 대회의 큰 특징이었다.
우리 대구 지역 학생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였고, 내용적으로 그 어느 해 보다 큰 성과를 거두었다. 단체 종목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였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많은 박수와 격려가 보내졌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경기 모습과 태도를 보면서, 우리 대구 학생들이 가장 예의바르고 멋지게 페어플레이를 했다는 사실에 가장 감동을 받았다. 세상 그 어떤 메달보다 값진 최고의 상을 주고 싶다.
그런데 우리 대구 학생들이 이렇게 예의바르고 멋진 페어플레이를 하는 힘이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40여 년 전, 나의 중학교 2학년 시절이 떠올랐다. 작은 시골 중학교의 육상부 대표였던 나의 1학기 중간고사 결과를 보신 담임 선생님은 내 엉덩이가 불이 나도록 크게 혼을 내셨다. 선생님의 관심과 열정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나에게 한 가지도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라는 가르침으로 내 몸 뼈 마디마디에 깊이 박혔다. 그런 선생님을 지금도 존경하고 잊지 못한다.
그런 나의 어렸을 적 모습을 우리 어린 선수들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양궁에서 4관왕을 차지한 초등학교 5학년 서모 학생이다. 어려운 가정 사정에도 학업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훈련에 매진하여 큰 성과를 보여 주었다. 그 결과 초등학교 5학년으로 믿기지 않을 만큼 훌륭한 마인드 컨트롤 능력과 두둑한 배짱을 가진 멋진 선수로 성장한 것이다.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 공부도 운동도 열심히 하겠다는 운동 철학을 가진 당찬 선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대구중학교 야구팀의 이야기는 미래를 열어갈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님께 꼭 해 드리고 싶다. 전교생 300명 정도로 작은 이 학교는 3년 전만 해도 야구부와 관련된 학교 폭력이 빈발하고 학업 성취 결과도 떨어지는 등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에 학교폭력 제로, 기초학력 미달학생 제로라는 믿기지 않는 변화와 함께 이번 전국소년체전 남중부 야구 우승이라는 금자탑도 쌓게 되었다.
이런 변화를 이끌어 낸 힘은 무엇일까?
필자는 운동은 반드시 학업과 병행해야 한다는 대구중학교만의 교육철학과 운영방침을 첫 번째라 하고 싶다. 두 번째는 교직원과 학부모를 상대로 끊임없이 설득하여 모든 학생들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도록 실천하게 했다는 점이다. 야구선수들은 물론 대구중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했다는 것이 세 번째 힘이라고 생각한다.
주전 선수 중 한 명인 김모군은 고된 훈련을 하면서도 열심히 공부하여 원어민과 영어로 의사소통이 자유로울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갖고 있다. 김모군의 부모님은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운동 능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자녀를 지원하고 있다. 우수 선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운동만이라는 생각은 이제 바꾸어도 되지 않을까?
점프 괴물로 불리는 네이선 첸은 유능한 피겨선수이지만 올해 예일대에 합격해서 의사로서의 꿈도 이어 나가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학업 성적도 우수하고 운동 실력도 뛰어나서 우수한 대학 진학은 물론이고 프로선수로도 성공할 수 있는 미국의 학교 체육 여건을 부러워만 하지 않아도 되어 기쁘다.

균형이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음을 의미한다. 우리 아이들의 삶이 공부도 운동도 휴식도 놀이도 모두가 균형있게 채워지도록 우리 학부모님들이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고 지원해야 할 때이다.
정종철(대구시교육청 부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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