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유한국당, '보수 텃밭'에서 부진한 원인은?

자유한국당이 ‘텃밭’으로 여겨 온 대구경북이 술렁이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 나선 한국당 후보들이 대구경북에서조차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 무소속 후보에게 1위 자리를 내주거나 오차범위 안에서 각축 중이다. ‘예선(당내 경선)이 곧 본선’으로 받아들여지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선두를 달리는 한국당 후보와 경쟁후보 사이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어 한국당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을 가고, 준치는 썩어도 준치’라는데 최근 한국당의 추락에는 날개도 없다.

지역 정치권에선 이에 대해 ▷국정농단(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 ▷반복되는 공천 파동 ▷구태의연한 선거전략 ▷지역 인구구성(세대별) 변화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한국당 위기의 근원은 국정농단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80%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보내 당선시킨 지역 출신 대통령의 '배신'에 시`도민 자존심과 자부심에 깊은 상처가 생겼다. 여기에 이명박 전 대통령마저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는 실정이다.

한국당 경북도당 관계자는 “위신을 중시하는 지역민들이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전국적인 창피를 당했다”며 “이때부터 ‘우리가 남이가!’였던 한국당에 대한 정서가 ‘우리가 어떤 사이인지 다시 생각해보자’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균열에 기름 부은 것이 공천 파동이다. 탄핵 사태에 따른 시`도민의 서운함을 보듬기는커녕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천에 손을 댔다. 대구와 경북 곳곳에서 반발이 터져나왔지만 ‘잠시 그러다 말겠지’라며 안일하게 대응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친이(친이명박)와 친박(친박근혜)의 주고받기식 공천 학살 과정에서 선택 기회를 박탈당했던 지역민들이 한국당을 향해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의 구태의연한 선거 전략도 한몫했다. 남북 화해 분위기로 ‘빨갱이’(색깔론)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게 되고, 지역주의(TK 패싱) 이슈마저 기대만큼 뜨지 않지만 한국당은 이를 대체할만한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색깔론과 지역주의 없는 진정한 의미의 진검승부는 이번 지방선거가 처음”이라며 “역설적으로 그동안 한국당이 얼마나 두 이슈에 의존하는 선거를 펼쳤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86세대’가 지역사회의 주축으로 부상한 인구통계학적 환경변화도 한국당 위기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묻지마 식 보수 지지’ 세대의 고령화로 그 자리를 대학교육을 받은 ‘○86세대’가 대신하면서 물을 것은 물어가면서 지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최근 남북 화해 정국에 대한 한국당의 적대적 태도는 대구경북에서도 소화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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