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운동부 학생 '공부 뒷전'은 옛말…운동, 공부 다 잡는다

공부 신경쓰자 경기력도 향상, 틈새시간 활용해 학습
대구중, 학업결손 예방 '더블플레이반' 운영 기초학력 미달 제로
포산중, 일반 학생과 선수 묶어 '멘토링' 교우관계와 공부 1석2조
삼덕초, 수업시간 훈련 금지, 체육관에 공부방 마련 '또래 학습'

지난달 열린 제47회 전국소년체전에 대구 학생들이 참가해 야구, 양궁, 테니스, 배구 등에서 선전을 펼쳤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지난달 열린 제47회 전국소년체전에 대구 학생들이 참가해 야구, 양궁, 테니스, 배구 등에서 선전을 펼쳤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과거 운동부 학생들은 공부는 포기한 채 운동에만 매진해야 유능한 운동선수가 된다고 여겼다. 이 때문에 학창 시절 공부와 교우관계는 뒷전인 채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운동을 그만뒀을 때 사회 부적응자로 전락하는 문제가 대두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 운동부를 둔 학교들은 선수들에게 운동만큼 공부도 열심히 지도하고 있다. 학생선수들도 공부를 하며 운동 외에 다양한 삶의 방향을 경험해봐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성적 향상으로 높아진 자존감은 경기력에도 긍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운동은 물론 학업에서도 높은 성과를 거두는 학교들을 살펴봤다.


◆대구중, 공부 신경 썼더니 경기력도 향상

대구중 야구부가 지난달 열린 제47회 전국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대구중 제공
대구중 야구부가 지난달 열린 제47회 전국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대구중 제공

지난달 열린 '제47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대구중학교의 야구부(감독 백봉기) 선수들은 운동과 공부에 모두 열성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대구중은 한때 수년간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지역에서 늘 높은 축에 속해 학교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학교는 수업은 등한시한 채 운동만 하던 야구부 학생들에게 방학 등을 이용해 공부 시간을 늘리도록 했고, 선수들에게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2년 전부터는 선수들에게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더블플레이반'을 운영, 정규 수업 시간 전과 토요일 오전 시간을 이용해 부족한 공부를 지도했다. 더블플레이반은 대구중 운동부의 학업 결손 예방 프로그램으로, 학생선수들은 국어, 영어, 수학을 집중적으로 학습한다.
운동에 지장이 갈 것이란 학부모들의 우려도 있었지만 경기 성적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대구중은 올해만 해도 제19회 삼성기 중학야구, 대구시 야구 소프트볼협회 경기, 대구소년체육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노석진(3학년) 야구부 주장은 "더블플레이반에서 선생님과 공부를 하면서 공부에 재미를 붙일 수 있었다. 공부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운동을 하면서도 신이 났고,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져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벽규 대구중 교장은 "수업과 훈련 모두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학교 전반에 걸쳐 기초학력미달 제로, 학교폭력 제로 학교와 같은 값진 성과를 이뤘다"고 했다.


◆포산중, 교우관계와 학업 동시에

포산중 테니스부는 제47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포산중 제공
포산중 테니스부는 제47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포산중 제공

포산중 테니스부(감독 안성환)는 제47회 전국소년체전에서 대구 테니스부로는 18년 만에 결승에 진출해 은메달을 획득하는 깜짝 선물을 가져왔다.
포산중은 운동부 학생과 일반 학생의 교우관계를 자연스럽게 형성하면서 학생선수들의 학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일반 학생 3명이 학생선수 1명의 멘토로 나서 부족한 공부를 도와주는 것이다.
또 훈련과 대회 출전으로 인한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고자 틈새 시간을 활용해 '이스쿨'(e-school) 등으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을 공부하도록 한다.
특히 포산중 테니스부는 학교에 전용 테니스장이 없음에도 큰 성과를 내 더욱 주목을 받는다.


테니스부 이규림 학생은 "초등학교 때는 공부를 잘하는 편이어서 중학교부터 성적이 떨어질까봐 걱정했는데, 친구들의 도움으로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학교에 전용 훈련장이 생겨 앞으로 후배들도 테니스와 공부 모두 열심히 하는 훌륭한 선수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혜랑 포산중 교장은 "학생선수가 공부하는 운동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공동체 모두가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덕초, 철저한 보충지도로 학생 관리

삼덕초 배구부는 지난달 47회 전국소년체전에 참가해 금메달의 성과를 냈다. 삼덕초 제공
삼덕초 배구부는 지난달 47회 전국소년체전에 참가해 금메달의 성과를 냈다. 삼덕초 제공

지난달 전국소년체전에서 초등부 금메달의 성과를 낸 삼덕초 배구부(감독 여재훈)는 배구 실력은 물론 학생선수를 관리하는 엄격한 규정으로 운동과 공부 모두 놓치지 않도록 한다.

삼덕초는 원칙적으로 ▷수업시간에 훈련 금지 ▷부득이한 경기 출장의 경우 담임 및 교과전담교사의 철저한 보충지도 ▷배구부 생활에 대한 반성과 다짐을 담은 '배구 노트'를 작성해 글쓰기 연습하기 ▷혹서기, 혹한기 등 휴식시간에 도서관에서 독후활동 등으로 학력에 신경 쓰고 있다.
또 체육관에 별도로 마련된 공부방에서는 '또래 학습시간'을 두고 학생끼리 서로 공부를 묻고 가르쳐주는 등 학습에 흥미를 붙이도록 유도한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삼덕초는 2017년, 2018년 연속 '기초학습부진학생 제로'의 성과를 냈다.
삼덕초 관계자는 "배구부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집중력이 뛰어나고 태도가 적극적이다. 학부모 역시 배구뿐만 아니라 학업 성적까지 올라 운동부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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