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대구 건설업 살리기

이상준 경제부 차장
이상준 경제부 차장

대구 아파트 분양시장이 여전히 뜨겁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대구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45.3대 1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경쟁률(13.1대 1)의 3배가 넘는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지방 분양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유독 대구는 분양 아파트 단지마다 완판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은 유난히 뜨거운 올해 대구 분양시장에서 정작 지역 건설기업의 이름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5월 현재 대구 분양 아파트는 13개 단지 7천184가구로 지난해 전체 공급 물량의 2배에 육박한다. 이에 반해 대구 건설업체 분양 물량은 우방 659가구가 전부로 채 10%가 되지 않는다.

올해 추가 분양 예정의 13개 단지 1만4천541가구 중에도 지역 업체 물량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구 분양시장이 사실상 외지 업체의 잔치판으로 전락하면서 지역 업체는 구경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자조가 나온다.

외지업체 독식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지난달 4일 대구도시공사가 동구 안심뉴타운 아파트 용지 입찰을 마감한 결과 3개 블록 모두가 외지업체 손으로 넘어갔다. 당시 입찰에 참가한 지역 업체들은 외지업체의 막무가내식 낙찰가 올리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한다.

지역 시장을 가장 잘 아는 토종 건설사들은 나름 합리적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데 반해 외지 업체들은 사업 따내기에 급급해 낙찰가 인상에 따른 분양가 상승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다. 앞서 2010년 이후 테크노폴리스, 국가산업단지, 연경지구 등 대구 공공택지 대부분을 마찬가지 이유로 외지 업체들이 독차지해 왔다.

여기에 대구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시장까지 수도권 대형 건설사가 싹쓸이하고 있다. 지난해 6개 대구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시공권 전부를 외지 중대형 건설업체가 독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4개 정비사업장마저 모조리 차지했다.

달서구 죽전동 웨딩알리앙스 부지, 수성구 신매동 이마트 시지점 부지 등 지역에서 추진하는 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도 지역업체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대구 주택건설업계는 지역 건설업에 불어닥친 외지 업체 독식 현상은 업계 스스로의 노력으로 헤쳐나가야 할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고 진단한다. 자본과 규모, 브랜드 등 모든 면에서 열세에 놓인 지역 업체로선 속절없이 안방을 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의 정책 대안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제아무리 국내 굴지의 건설사라 하더라도 건설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정부를 무시할 순 없다. 바꿔 말해 지방정부가 지역 건설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살리는 일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게다가 6·13 지방선거 이후 민선 7기 시대의 화두는 단연 '지방분권'이다. 차기 대구 지방정부는 지방분권 시대를 맞아 수도권 대기업의 무차별 공세에 직면한 지역 건설업을 보호하고 육성할 명분과 책무가 있다.

당장 지역 건설업계는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택지개발이나 용지 분양만이라도 지역 기업들에 우선 참여권을 주는 방안을 건의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택지개발 사업 초기에 지역 업체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방법이나 용지 분양 시 지역 업체 제한입찰 방식 등을 검토해달라는 요구다.

건설업은 지역 경기 부양의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통한다. 자재나 고용 등 다른 산업에 미치는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지역 건설업을 살리는 일이 곧 지역 경제 활성화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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