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독일 빅투알리엔 시장의 교훈

장흥섭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원장(경북대 명예교수)

장흥섭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원장(경북대 명예교수)
장흥섭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원장(경북대 명예교수)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고 현재를 알려면 시장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필자는 과거보다 현재를 중요시해서인지, 아니면 시장과 인연이 많아서인지 그간 500여 개의 국내외 시장을 돌아보았다. 그중 우리나라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만한, 신선하고 특이한 맛이 나는 빅투알리엔 시장(Viktualien Market)을 다시 한 번 구경하고자 한다.

뮌헨에 있는 빅투알리엔 시장은 신선식품, 꽃, 과일, 조리된 고기, 치즈, 햄 등을 판매하는 야외시장이며,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이다. 2만2천㎡ 면적에 140여 개의 점포들이 들어서 있고, 역사가 200여 년이나 된다. 입구에 들어서면 큰 고목과 '비어 가든'(beer garden)을 비롯한 카페, 베이커리 등이 한눈에 들어오고 채소, 과일, 꿀, 가금류, 달걀, 육류, 허브, 향신료, 차, 와인 등이 펼쳐진다.

빅투알리엔 시장의 특징은 먼저 꽤 큰 규모의 비어 가든이 있다는 점이다. 1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고 맥주를 즐겨 마시는 독일 사람들의 일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장을 보거나 산책하러 온 사람들이 푸른 하늘과 초록빛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담소를 나눈다. 일체의 건축시설물이 없다. 자연과 함께 쉴 수 있도록 한 것이 많은 사람들을 이곳으로 오게 했다고 한다. 빅투알리엔 시장이 거래 장소의 역할은 물론 사회적 만남의 장소 역할까지 한 결과로 보인다. 즉, 사람들을 소통하게 하고 그들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사회적 기능을 많이 수행한 덕분이다. 이야말로 빅투알리엔 시장의 특징이고 다른 시장들과의 차별화 요인이며 시장 활성화 성공 요인이라 하겠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정원사의 날, 아스파라거스의 날 등의 행사를 통해 방문객들에게 재미까지 준다는 점, 가게주인이 바뀌어도 품목이 바뀌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대부분 점포들이 대물림하여 운영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이뿐만 아니다. 점포 임대료가 매출액의 3.5%로 고정되어 있다는 점도 이 시장의 특징이다. 뮌헨시 당국에서 점포 임대료를 매출이 많은 상인은 많이 내고, 적은 상인은 적게 내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빅투알리엔 시장이 200년이나 유지된 것은 이처럼 상인들이 임대료 걱정 없이 영업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한 당국의 배려 때문인 것 같다. 또한 뮌헨시 당국이 시 공식 홈페이지 쇼핑 카테고리를 통해 시장의 역사, 영업시간, 교통편, 취급상품 등을 알아 볼 수 있도록 했고, 외국인을 위해 독일어, 영어, 불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중국어, 아랍어로도 표기해 놓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시장에 대해 '불편하고 낙후된 장터' '개발이 필요한 곳'으로 부정적 인식을 하는 데 반해 이곳은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이 즐기고 특색과 멋이 있는 장소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아무튼 빅투알리엔 시장은 시장 본래의 거래 기능과 지역주민들의 쉼터 기능을 잘 해냄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시장인 동시에 신선한 관광지라 하겠다. 무엇보다 이곳 상인들이 자신의 이익보다는 시장의 전통과 문화를 더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우리 대구에서도 빅투알리엔 시장처럼 지역민과 세계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시장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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