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대구 달성군 옥포면 기세리 한 작은 농장에서는 '보리베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토실토실 익은 보리 이삭을 베어내는 3년차 베테랑(?) 농부들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지난해 11월 파종해 천연 비료를 주고, 두 차례의 답압(보리밟기)을 거치는 등 '무농약, 무비료, 무동력'의 '3무 농사'를 통해 거둬진 결실이다.
대구의 젊은 사회적 기업가들이 '도시농업의 6차 산업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한 '위팜'(weFarm) 프로젝트(본지 2017년 1월 25일 자 13면 보도)의 두 번째 도전이 열매를 맺었다.
지난 2년 간 이곳에서 벼를 길러 쌀로 막걸리를 빚어낸 데 이어, 3년 차인 올해는 직접 키운 보리로 '대구 로컬 맥주 만들기'에 나선 것. 이날 수확한 알보리들은 맥아제조, 담금, 발효 등의 과정을 거쳐 '대구에서 난 재료로 대구에서 만든 달성맥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위팜 프로젝트는 지난 2016년 대구 도심에서 1시간쯤 떨어진 달성군의 휴경지 660㎡를 빌려 처음 시작했다. 1차 산업인 농·어촌의 자원을 2, 3차 산업과 연계해 발전시키고 새 가치를 창출한다는 6차 산업에 도전하자는 포부였다.

(사)공동체디자인연구소와 달성군농업기술센터, 북성로의 젊은 사회적 기업가들이 손을 잡았다. "벼를 길러 쌀로 '대구 막걸리'를 만들자"는 단순한 목표만 세웠다. 평생 농사라곤 지어본 적 없던 '초짜 농부'들은 농약도, 화학비료도 없이 두 손으로만 밭을 갈고 잡초를 뽑았다. 체험 활동에 참가한 시민들도 손을 보탰다.
시행착오를 거쳐 첫 해 1천 병의 막걸리를 생산했고, '북성'(北城)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2년 차를 맞은 지난해에는 농장 규모를 1천322㎡로 확대해 360㎏의 쌀을 수확, 막걸리 2천 병을 생산했다. 주말이면 농장은 체험학습에 나선 시민들로 북적였다.

두 차례의 성공에 힘을 얻은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시즌 2: 보리 키워서 맥주 마시자'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치맥 페스티벌'로 대표되는 대구시민들의 맥주사랑에 부합하자는 의도였다.
지역 토종맥주 '디-퍼스트'(D-first)를 생산하는 ㈜대경맥주와 손을 잡았고, 달성군농업기술센터로부터 토종 맥주보리 품종 '다이안'과 '흑호' 종자를 제공받았다. 보리 파종, 답압 등 농삿일에 집중하는 새 8개월은 훌쩍 지났다. 파릇하던 보리밭도 누런색으로 변했다.
(사)공동체디자인연구소 최효혁 팀장은 "도시농업은 일손이 부족해 버려진 농촌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사회에 공헌하고, 반복된 일상에 지친 도시민들에게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일종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기도 한 만큼 향후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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