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집에서 취향 따라 커피 한 잔, 카페 부럽잖네…홈카페에 빠진 커피 마니아

커피가 국민 기호식품이 되면서 집에서 나만의 스타일로 커피를 즐기는
커피가 국민 기호식품이 되면서 집에서 나만의 스타일로 커피를 즐기는 '홈카페족'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노라면 '우리 집도 이렇게 예쁘게 꾸며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홈카페'는 말 그대로 집(Home) 안에 있는 카페(Cafe)를 의미하는 이런 사람들의 흔한 바람을 그대로 실천한 것이다. 취향에 맞게 인테리어를 꾸민 나만의 공간에서 커피전문점 못지않은 커피와 디저트를 본인의 스타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커피마니아가 늘어나면서 집에서 자기만의 스타일로 커피를 즐기는 '홈카페족'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커피 시장 규모는 연간 11조 7400억 원으로, 관세청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국민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무려 512잔에 달한다. 워낙 커피 소비량이 많은 만큼 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풍경 역시 새삼스럽지 않은 문화다. 그런데 왜 최근들어 '홈카페' 문화가 더욱 주목받는 것일까?

◆나만의 공간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2017 커피전문점 이용 및 홈 카페 관련 조사'를 통해서도 홈카페의 유행은 "소비자들이 커피 맛에 대한 취향이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맛에 대한 취향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바탕에는 각자의 취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내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홈카페' 문화가 대변한다는 이야기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가정에서 인스턴트 커피가 차지하는 비중은 1위로 여전히 높지만 과거에 비해 상당히 감소한 반면 커피머신을 이용해 원두커피나, 드립커피와 같은 고급커피를 즐기는 소비자는 2014년 35%에서 2017년 47.2%로 크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 중심의 소셜미디어가 강세를 띄는 것도 이런 유행에 한몫을 하고 있다. 한 소셜미디어에 #홈카페를 검색하면 무려 64만2천건에 달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그 외에도 '홈카페놀이', '홈카페인테리어' 등의 태그도 인기다. 나만의 커피를 즐기는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면서 나만의 감각을 드러내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하는 '홈카페'의 의미는 단순히 커피전문점에서 집으로 옮겨지는 공간의 변화가 아니라 나만의 시간을 여유롭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피곤한 세상살이에서 잠시 피해 나만의 여유, '케렌시아'(Querenciaㆍ스트레스와 피로를 풀며 안정을 취할 수 있는 더구나 공간)를 찾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아늑한 사적인 공간인 집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어나고 있다.

물론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경기불황에다 각종 식품은 물론 커피값까지 인상되면서 커피는 안마실 수 없고, 계속 마시자니 값이 부담이 되는 많은 이들이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기고 있다.

◆개성에 따라 다양한 원두, 추출기구로 즐긴다

홈카페족의 증가로 커피머신을 찾는 이들도 많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돌체구스토 매장에서 캡슐 커피를 고객이 시음중이다. 롯데백화점 제공
홈카페족의 증가로 커피머신을 찾는 이들도 많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돌체구스토 매장에서 캡슐 커피를 고객이 시음중이다. 롯데백화점 제공

홈카페족들이 가장 편리하게 이용하는 기구는 바로 캡슐 커피머신이다. 현재 국내 시장은 네스프레소와 돌체구스토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형국이다. 캡슐 형태로 포장돼 있는 액상 커피를 넣으면 간편하게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 직접 원두를 가는 것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대신 사용과 보관이 간편하고 포장상태가 좋으면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 외에도 외국에서는 유라, 드롱기, 필립스 등의 브랜드가 잘 알려져 있다.

커피 맛을 중시하는 이들은 아예 카페에서 사용하는 수준의 전자동 커피머신을 들여놓기도 한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원두의 분쇄부터 추출까지 자동으로 이뤄져 작동 전에 원두 분쇄굵기, 원두 투입량, 물의 온도 등을 셋팅해 두면 늘 같은 커피맛과 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아날로그적인 분위기를 중시하는 이들은 직접 손으로 그라인더를 돌려 원두를 갈고, 드리퍼를 사용해 천천히 커피를 내리는 시간을 즐기기도 한다. 번거롭기도 하지만 커피를 내리는데 투자하는 시간 자체가 고요한 나만의 의식이 되기도 하는 '힐링'의 시간인 것이다. 이탈리아식의 모카포트를 사용하면 집에서도 진한 에스프레소 맛을 즐길수 있다.

소소한 아이템들까지도 신경 쓰는 홈카페 족은 커피 시장 외에 리빙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중시하며 나를 위한 가치소비를 따지는 최근의 소비 패턴에 따라 가격보다는 자신의 행복과 만족도를 충족하는 상품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다. 사이폰 커피는 이런 만족도를 중시하는 이들에게 인기있는 아이템이다. 알콜램프에 불을 붙여 가열하는 방식이나, 유리볼이 가열되며 물이 끓어올랐다 내려가며 커피가 추출되는 모습은 마치 어릴적 과학 실험실 추억을 소환한다.

물론 기구가 커피맛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커피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어떤 특징을 가진 원두이며, 얼마나 신선하고 맛있는 원두를 사용했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에서 직접 로스팅을 하거나, 자신의 입맛에 맞는 원두를 찾아내는 노력도 상당하다. 요즘은 커피맛을 중시하는 이들이 늘면서 '스페셜티 커피'를 찾는 이들도 급증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는 현재 커피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스페셜티 커피는 단순히 고급이나 프리미엄 커피 같은 마케팅 용어가 아니라 스페셜티 커피 협회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100점 중 80점 이상의 획득한 커피에 대해 정해진 등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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