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로 위 무법자 '유세차량'

지방선거 후보들의 유세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유세의 핵심인 유세 차량이 '도로 위 무법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북선관위에 따르면 올해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경북지역 후보자만 867명이다. 1인당 한 대씩만 선거유세차량을 가동해도 800대에 달한다.

하지만 유세차량에 대한 안전기준은 미흡하기만 하다. 일부 시민들은 선거유세차량 제작방식 자체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세차량 '도로 위 무법자'

11일 오후 예천군 곳곳에서는 지방선거 후보들의 유세차량이 눈에 띄었다. 차량 대부분은 1~2.5t 트럭 적재함에 구조물을 덧대 만든 형태였다.

적재함 위에 올라 유세를 펼치는 지지자들이 설 수 있는 자리는 비좁아 보였다. 유세차량이 방지턱 등을 넘을 때 중심을 잃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 허리 높이의 안전펜스만 쳐 있을뿐 다른 안전장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유세차량 위에서 안전펜스에 하체 체중을 싣고 상체를 밖으로 빼 지지를 호소하거나 율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 아찔해보였다.
주민 김모(63`여) 씨는 "유세 차량에서 몸을 밖으로 빼고 선거 유세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주오는 차와 부딪칠까봐 볼 때마다 불안하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영주시에서는 선거운동에 나선 후보자의 딸이 유세차량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는 일이 벌어졌다.

안동시 용상동에서 만난 주민 이모(42) 씨는 선거유세차량 근처에선 운전하기가 불안하다고 했다. 유세차량 대부분이 2차선으로 느릿하게 이동하지만 방지턱이라도 넘을 때면 불안하게 출렁거린다는 것이다.

◆"위험하지만 포기 못해"
유세차량은 선거철에만 한정적으로 운용되는 특수차량이다. 차량 대부분이 용달용 화물차량에 음향장비가 마련된 부스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제작되는데 선거기간이 지나면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부스를 견고하게 고정하지 않는다.

차량과 부스를 용접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차량은 고정고리를 이용해 볼트 몇 개로 장착한 것들도 있다. 이 때문에 급커브나 방지턱을 넘을 때만 부스와 차량이 따로 놀아 불안할 수밖에 없다.

특히 2t~5t 트럭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기동성이 좋은 1t 트럭을 선호한다. 1t 트럭에 음향부스를 설치할 경우 부스 무게만 1t을 초과하는 경우도 많고 좁은 공간을 넓히고자 화물칸보다 긴 부스를 설치해 주행 중 차량 중심이 흔들릴 위험이 크다.

한 선거운동원은 "후보자들도 차량 유세가 위험하다는 것은 알지만 효율성이 좋아서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고 들었다"고 털어놨다.

◆단속보다는 계도 치중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동차의 화물 적재함에 사람을 태우고 운행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 4t 초과 차량은 5만원, 4t 이하 4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각 선거 캠프는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같은 불법 행위를 하고 있다. 불법행위를 단속을 해야 할 경찰이나 행정기관은 선거운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며 범칙금을 부과하기 보다 계도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경산경찰서 한 관계자는 "달리는 유세차량에서 선거운동원들이 제대로 된 안전장치 없이 로고송에 맞춰 손을 흔들거나 율동을 하는 경우 사고의 위험이 매우 높다"면서도 "특정 후보만 단속할 때 괜히 형평성 문제 제기 우려 등이 있어 실질적인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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