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통계 장난

2차 대전 때 연합군 폭격기 승무원들의 사망률은 매우 높았다. 전쟁 막바지에는 복무 기간을 마칠 확률은 50%에 불과했다. 이런 손실을 줄이기 위해 미군 지휘부는 폭격기에 강철판을 덧대기로 했다. 문제는 어느 부위에 강철판을 덧대느냐는 것이었다. 기체 전체를 강철판으로 두르면 제일 좋겠지만, 그러면 날지 못하거나 날아도 기동성이 떨어져 집중포화를 맞아 격추될 가능성은 더 커진다.

미군 지휘부는 연구 끝에 날개와 꼬리에 강철판을 덧대기로 했다. 귀환한 폭격기를 전수조사한 결과 거기에 피탄(被彈)이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 조사는 당시 전쟁 지원 기밀조직인 컬럼비아 대학 내 통계연구그룹(Statistical Research Group)이 수행했는데 그 일원이었던 헝가리 출신 통계학자 에이브러햄 왈드 교수는 전혀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강철판을 덧댈 곳은 꼬리와 날개가 아니라 조종석과 엔진이라는 것이다.

그 근거는 이렇다. 조사한 폭격기 중 조종석과 엔진이 피탄된 폭격기는 한 대도 없었다. 이는 조종석과 엔진이 피격된 폭격기는 모두 생환하지 못했고, 따라서 결국 대공포와 적기의 요격에 가장 취약한 부위가 조종석과 엔진이라는 의미이다. 결국 미군 지휘부는 조종석과 엔진에 피격돼 생환하지 못한 폭격기라는 보이지 않는 데이터를 간과했고 왈드는 간파한 것이다. 그의 이런 통찰 덕분에 폭격기 승무원의 생존율은 크게 높아졌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 올 1분기 중 소득 하위 20% 계층 중 65세 미만 가구주 소득이 65세 이상 노인 가구의 소득보다 더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저소득층의 소득 급감은 경제활동이 힘든 노인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정부의 설명은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통계의 선택적 이용이다. 소득분배가 사상 최악임에도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90%"라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을 빚자 홍장표 경제수석은 국책연구원의 자료를 인용해 문 대통령의 발언을 옹호하고 나선 바 있다. 당시 홍 수석은 정부에 유리한 노동연구원 자료만 공개했고 불리한 보건사회연구원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말문이 막히는 '통계 장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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