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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의 '미인도' 진품 보실래요?…대구미술관, '간송 조선회화 명품전'

신윤복의
신윤복의 '미인도'

흑단 같은 가체를 눌러 쓴 여인은 가체가 무거운 듯 살짝 고개를 숙였다. 가체 아래 귀밑머리는 미풍에도 흩날릴 듯 하늘거린다.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 오묘한 눈빛을 지녔지만 그림 속 도도한 여인은 설레이는 기분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옷고름과 노리개를 꼭 잡았다. 하지만 풍성한 치마 밑으로 버선이 살짝 삐져나와 그 마음을 들켜버렸다.

세로 114.2cm, 가로 45.7cm의 비단 화폭에 18세기 조선 미녀를 표현한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이다.

'풍악내산총람도'는 금강산의 가을 모습을 한 화폭에 압축해 놓은 그림으로, 정선 겸재가 완성한 진경산수화의 정수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이다. 들고양이 한 마리가 병아리를 낚아채 도망가고 있는 장면을 해학적이면서도 절묘하게 포착해낸 그림은 긍재 김득신의 '야묘도추'이다. 탄은 이정의 '풍죽'은 어디선가 본 듯하다. 강풍에 맞선 네 그루의 대나무를 그려낸 이 작품은 5만원권 지폐 뒷면에 있다. '촉잔도권'은 겸재 정선, 관아재 조영석과 더불어 '삼재'로 불리는 현재 심사정의 작품이다. 가로가 무려 818㎝, 세로 58㎝의 크기의 작품은 현재가 타계하기 전 평생 화업을 총정리한 것이다. 화면을 쪼개 부분적으로 관람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정선의
정선의 '풍악내산총람도'

신윤복, 김홍도, 정선, 사임당 등 조선시대 거장들의 진품회화 등 국보급 보물을 감상할 수 있는 '간송 조선회화 명품전'이 16일(토)부터 대구미술관에서 진행된다. 간송미술관이 보관하고 있는 명품들로 교과서나 책, 신문에서 접했던 진귀한 것들이다. 간송미술관 작품이 지방에서 대규모로 한자리에 전시되는 것은 이번 대구 전시가 처음이다.


이번 명품전에서는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회화 100여 점과 간송유품 30여 점, 미디어아트 등을 선보인다. 신윤복, 정선, 김홍도, 심사정 등 조선중기 회화 황금기의 대작을 비롯해 안견, 신사임당, 이징, 김정희, 흥선 대원군, 장승업 등 각 시기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국보급 회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3개 섹션으로 나눠 열린다. 1섹션에서는 간송 전형필의 삶을 재조명하고 교감하는 장으로 문화재 수집 일화 소개, 다큐영상, 유물 등을 전시한다. 2섹션에서는 조선회화를 초중·후기·말기 등 세 시기로 나눠 각 시대별 최고 거장들을 중심으로 전시장이 구성된다. 조선 초중기에는 안견, 강희안, 신사임당, 이정, 이징, 김명국, 조속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조선 후기에선 정선, 김홍도, 신윤복, 강세황, 조영석, 심사정, 김득신 등의 작품이, 조선 말기에서는 김정희, 흥선 대원군, 장승업, 민영익, 조희룡, 김수철 등의 작품으로 꾸며진다. 3섹션은 간송의 문화유산을 소재로 다양한 형태의 현대적 미디어 아트와 간송미술관과 작품 VR(가상현실) 투어, 아트숍, 체험존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만수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최고 거장들의 진품회화, 명품 중의 명품들로 구성해 한국미술의 정수를 보여줄 것"이라며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평소 교과서, 언론매체 등을 통해 보던 문화재들을 직접 눈으로 체험할 수 있는 좋은 현장학습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9월 16일(일)까지. 053)791-1317.

◆간송미술관은?
간송미술관(서울 성북구 성북로)은 간송 전형필(1906∼1962년)이 세운 사립 미술관으로, 1938년 '보화각'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한 후 1966년 '간송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간송은 우리나라의 국보급 문화재와 미술품 등이 일본인에 의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 재산을 털어 사들였다.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을 비롯해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68호),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국보 294호) 등 국보 12점과 회화와 글씨 등 보물급 문화재 1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간송미술관은 1년에 봄과 가을에 한 차례씩 두 번 전시회를 열어 소장품을 공개한다. 현재 2021년 완공을 목표로 대구미술관 옆에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김홍도의
김홍도의 '마상청앵도'
김홍도의
김홍도의 '마상청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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