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김정은 10년의 시작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은 아니었다…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 '지난 과거를 걷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인 서명을 하게 된다.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다.'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 전 오전에 한 모두발언과 회담 뒤 오후 공동합의문 서명식 때 드러낸 말이다. 첫 해외 서방국 나들이로 2박 3일을 싱가포르에서 보낸 김 위원장의 속내와 각오를 담은 것 같다. 2008년 8월, 아버지(김정일)의 와병(臥病)으로 권좌에 오른 그가 겪은 지난 10년 세월을 압축한 듯하다.


2011년 아버지 사망 뒤 2012년 후계자가 되고 일어난 일들을 보면 더욱 그렇고, 이런 그에게 어울리는 단어는 압축과 속도이다. 20년간 아버지(김일성)의 수업과 공동의 통치를 한 김정일과 달리 그의 수업은 2009~2011년이니 3년쯤이다. 강성대국을 외친 아버지가 두 번(2006, 2009년) 핵실험을 한 반면 그는 2013~2017년까지 네 차례나 했다. 남북 정상회담도 아버지는 집권 기간(1994~2011년) 두 차례였으나 그는 한 달 만에 두 번이었다. 중국 방문도 아버지는 모두 8회였으나 그는 올해만 벌써 두 차례다. 70년 만의 북미 정상회담도 그가 처음이다.


이런 '압축과 속도'의 10년을 보낸 그의 발걸음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이번에 밝힌 '중대한 변화'와 지난 4월 발표한 '핵·경제 병진' 대신 '경제 집중'이 어떻게 드러날지도 기대된다. 특히 그가 유학하던 시절 빚어진 대재앙인 '고난의 행군'을 따지면 중대 변화와 경제 집중의 좋은 결과는 마땅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까지 북한을 휩쓴 고난의 행군으로 수십만~수백만(추정)의 인민이 굶어 죽었다. 게다가 당시 '장마당' 등을 통해 각자 살길을 찾아야만 했던 '장마당 세대'(1980년대~1990년대 출생)는 바로 김 위원장의 또래나 동생들인 셈이니 그의 발언이 또한 심상찮다.


은둔의 세월을 딛고 세상 밖으로 첫발을 내디딘 그가 지난 10년 바탕 위에 새롭게 출발할 앞날의 남북 강산에 그려질 중대한 변화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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