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 여당이 싹쓸이에 가까운 성적표를 거둔 배경은 야당의 대안 제시 부재, 급변한 한반도 정세에 대한 국민들의 호평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 야당은 전례 없는 참패를 당한 데 반해 진보 성향이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무려 14개를 독식하는 사상 최대의 성과를 거뒀다. 우선 전국 풍향계를 알 수 있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선거에서 진보 정당 계열로는 사상 처음으로 3곳 모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주된 이유로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따른 한반도 평화 분위기 고조 등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게 이어진 것에 크게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들어서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2차례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중재 등 한반도 평화에 온 힘을 다했다. 한반도 '빅 이슈'가 선거판을 뒤덮었고, 남북 평화 정착과 긴장 해소를 바라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표심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년여 간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70% 안팎을 넘나들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집권 1년이 넘도록 지속된 높은 대통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과 후보 지지로 이어졌다. 결국 여당의 지방선거 압승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대로 이번 선거는 '발목 잡는 야당'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변함없이 의회 기득권을 유지해 온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의 막말 등으로 영남은 물론 서울 강남 지역의 보수층에게까지 외면을 받았다. 한반도 평화의 큰 조류를 과거와 다를 바 없는 냉전 보수로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모습에 국민들이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다.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는 민심과 동떨어진 한국당의 선거 슬로건에 대해 젊은 층의 반발이 거셌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유승민 두 대선 후보의 결합으로 탄생한 바른미래당은 한국당보다 더 외면을 받았다. 선거기간 내내 '후보 구인난'에 시달리면서 단 한 군데에서도 광역단체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국민의당 분당으로 탄생한 민주평화당도 호남에 올인했지만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선거 막판에는 네거티브 공세가 민주당 후보에 집중됐지만 야당 지지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도리어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과 같은 지방선거에 치명적인 지역 비하성 망언이 야당에서 나오는 등 자책골이 속출했다.
이와 함께 '여소야대'로 대표되는 원내 힘의 우위를 믿고 대선 이후 지난 1년여 간 사사건건 정부·여당에 제동을 걸어온 야당 행태에 대한 불만도 이번 선거에서 표출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야당은 임시국회를 소집해 놓고도 등원을 하지 않았고, 일부 회기에선 천막 농성과 지도부의 단식 농성을 이어가는 등 국회 공전을 주도한 바 있다.
결국 보수 야당의 패배는 이미 심판받은 두 전직 대통령과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자성의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한반도 평화 국면에 색깔론만 들고 나오면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국민들의 분노를 키웠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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