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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동아시아 역사 논쟁 명쾌하게 정리…『옆으로 읽는 동아시아 삼국지2』

옆으로 읽는 동아시아 삼국지2/ 이희진 지음/ 동아시아 펴냄

이 책은 한중일 동아시아의 미묘한 역사 관점, 논쟁을 다양한 시각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역사의 중심지였던 베이징의 자금성. 매일신문 DB

한중일(韓中日) 동아시아 역사를 한 바늘로 꿰어낸 역사서가 출간됐다. 역사학계 비주류를 자처하는 이희진 박사는 이 책에서 '옆으로 읽는 사관'이라는 독특한 독법(讀法)을 제시하고 있다. 역사를 옆으로 읽는다는 건 균형 잡힌 시선으로 관계의 본질과 인과(因果)의 핵심을 꿰뚫어 체계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한중일 3국의 역사를 연대기처럼 쓴 분리의 서술, 나열식 서술이 아니라 동시대 사건을 연관 지어 한 흐름으로 분석했다.

이 책은 전 세계에서 역사 분쟁이 가장 심한 곳 중 하나인 동아시아 3국의 미묘한 쟁점들을 일국사(一國史) 관점이 아닌 동아시아 전체적 흐름에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 과정을 통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동아시아 역사를 정확하고 균형 있게 이해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도록 돕고 있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사실'(史實) 다뤄=한나라의 역사는 독립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대륙의 끝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주변국과의 관계가 늘 중요한 변수였다. 현재 중국, 일본 과 동북공정, 식민사관 등 역사 갈등을 빚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이 문제는 더 뚜렷하게 인식된다.

요즘 역사를 둘러싼 갈등을 보면 역사의 본질보다 사소한, 개별적 특징을 침소봉대하여 국수주의적 역사를 만드는 데 악용하는 일이 흔하다. 중국, 일본의 역사 왜곡에 근거가 되고 있는 그들의 논리와 사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그들의 주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이제 역사를 바로 봐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바로 보자는 방향은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것이고 정관(正觀)의 변함없는 원칙은 있는 그대로의 총체적 직시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우리의 고대, 중세사와 주변의 역사를 함께 살피는 데에 소홀했던 경향이 있다. 늦었지만 이런 내용을 담은 책이 나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 책의 출간으로 그동안 쌓여 있었던 문제의 해결에 큰 단서를 얻게 되었다.

이승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추천사에서 "교과서는 내용이 너무 소략하고 딱딱해서 이해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역사에 대한 흥미를 느끼기도 어려웠다"며 "이 책은 그러한 부분을 채워주는 훌륭한 텍스트가 될 것"이라고 적고 있다.

이 책은 한중일 동아시아의 미묘한 역사 관점, 논쟁을 다양한 시각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역사의 중심지였던 베이징의 자금성. 매일신문 DB

◆한중일 동아시아 역사 한 흐름으로 정리=1권에서 문명, 국가의 기원부터 통일신라와 발해, 당까지 동아시아 고대사를 집중 조명했다면 2권 중세편은 '율령체제'를 기반으로 통치하던 동아시아의 고대국가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부터 다루고 있다.

그 시기 한국에서는 발해와 신라가 멸망하고, 발해는 요(遼)에 흡수되고 신라 지역에는 태봉과 후백제가 세워지며 후삼국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태봉의 정권을 탈취한 왕건의 고려가 나머지 나라들을 흡수하고 통합된 왕국으로 등장했던 시기다.

동아시아 역사에서 보면 칭기즈칸의 몽골제국의 등장, 고려에서 조선으로의 왕조 교체, 일본 사무라이의 성장과 막부정치 시작,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임진왜란, 도쿠가와 가문의 몰락, 서양 세력의 동아시아 진출로 인해 '근대'라는 전혀 다른 시대로 접어 드는 시점이다.

동아시아 삼국의 역사를 횡(橫)으로 읽고 비교해가면서 써나가는 이 책이 근대에서 마무리가 된다는 점은 아쉽다. 동아시아 삼국의 역사에 서양 세력이 등장하고 개입하면서 더 이상 '삼국지'가 핵심이 될 수 없고 근대 이후 역사는 세계사라는 차원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다양한 학설 반영=기존 역사 서적들은 독자들의 입장에서 읽기 편하도록 서술하기 보다는 분야별로 전공자들이 자신의 분야에 대해 서술하는 형식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기술 방식은 각 파트의 전문적인 사실만이 강조돼 각 부분이 한 흐름으로 연결되기 어려웠다. 이런 까닭에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역사는 사건의 의미나 배경, 원인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늘 지적돼 왔다.

저자는 "우리가 역사를 멀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저 연표식으로 나열하는 기술 방식과 부분적인 현상 해석을 변함없이 강요하는 학자들의 고집 때문"이라고 꼬집고 있다.

이 책은 교과서의 단점을 보완해 역사서에서 빠져 있는 퍼즐을 채워 한 흐름으로 일별할 수 있게 했다. 교과서에서 미처 알 수 없었던 역사의 뒷부분까지 동아시아 관계사를 통해 한 바늘로 꿰어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손승철 국사편찬위원은 "국수주의, 민족주의 같은 한쪽의 사관에 매몰되지 않고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 이라며 "기존 학계의 입장 외 다양한 견해를 제시해 주변국과의 관계 속에서 동아시아 역사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548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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