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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떠나간 도시, 사람들은 행복할까…봉산문화회관, '정혜숙-조감도''展

정혜숙 작가
정혜숙 작가

봉산문화회관 기획 올해 유리상자 세 번째 전시는 회화를 전공한 정혜숙 작가의 설치작품 '조감도'(鳥感島)이다.

이 전시는 도시 새(鳥)에 관한 작가의 보고서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도시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새가 '되기'로 관계를 설계한다. 조감도는 자라온 환경으로부터 강제 이주된 새들에서 연유한 엘레지로 시작해 자유로운 형식의 서정적인 연가로 바뀌는 작품이다.봉산문화회관 2층 유리상자 전시 '조감도'를 위해 작가는 이곳을 거대한 새장으로 상정하고 새를 위한 놀이터를 만든다. 높은 유리탑 같은 공간에는 팔각형 구조물 위로 잔잔히 올라오는 분수, 수직으로 세운 대나무를 따라 층층이 쌓은 네모 프레임, 바닥에 흩어진 나뭇가지 등 대부분 목재 오브제들이 설치돼 있다. 천장에 매달린 굴렁쇠와 그네는 이것들을 타고 놀아 줄 새들을 기다리며 하릴없이 한줄기 바람에도 흔들거린다. 유리창에 붙여진 깃털 모양으로 오린 신문지 조각들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햇살을 따라 전시장 내부 바닥에 깃털무리를 수놓는다.

하지만, 유리상자 안에는 새는 없다. 새장은 비어 있고, 새의 놀이기구는 바람에 흔들리기만 하고, 병풍에는 새 그림이 없어 적막함과 허전함이 가득하다. 새가 곧 돌아와서 편히 쉴 공간이라고 하지만, 부재가 먼저 와 닿는다. 새들의 부재는 가슴을 찌르는 아픔으로 다가온다. 거대한 무대에서 주인공의 부재는 슬픈 공명으로 울려 퍼진다. 새의 부재는 자연의 부재로 이어지고,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의 결핍을 짐작하게 한다.

정 작가는 "대부분의 새들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서 살아간다. 깊은 숲 속 혹은 누군가의 무덤, 인적이 드문 곳 등. 사람이 살기 편한 곳은 새들이 살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연을 대신해 안전함과 편리함을 찾아 도시에 모여든다. 하지만 새들은 반대로 그런 도시에서는 더 이상 머물 곳을 찾지 못한다.

정혜숙 작
정혜숙 작 '조감도'

나는 새를 위한 휴식 터를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박소영 미술평론가는 "자연과 인공의 조화, 다양한 문화의 접촉과 소통은 정 작가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들이다. 도심과 자연을 유유자적 오가며 정주하지 않는 유목적 삶을 즐기는 작가는 이런 삶의 호흡을 작업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그의 작업에는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모든 것이 물 흐르듯이 유연하고 때로는 엉뚱한 상상력이 반짝이기도 하며 늘 관람자와의 소박한 소통을 위한 배려가 배어 있다. 인간의 무책임과 이기심으로 발생한 환경오염 같은 심각한 문제조차 작가는 섬세한 감성으로 여유 있게 풀어낸다"고 평했다. 8월 12일(일)까지.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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