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건 속으로]한밤 중 정적 깬 아파트 화재…주민 130여 명 대피 소동

14일 오전 동구 신암동 아파트에서 불 나…母子 숨져

14일 오전 대구 동구 신암동 한 아파트 8층에서 불길이 일고 있다. 이 불로 2명이 숨지고 주민 1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대구 동부소방서 제공.
14일 오전 대구 동구 신암동 한 아파트 8층에서 불길이 일고 있다. 이 불로 2명이 숨지고 주민 1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대구 동부소방서 제공.

14일 오전 12시 50분쯤 대구 동구 신암동 한 아파트. "이게 무슨 냄새야?" 12층에 사는 장모(30) 씨가 매캐한 냄새를 맡고 잠에서 깼다. 의아했던 장 씨가 창밖을 내다보니 아래층에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주민들 대부분 잠자리에 들었을 시각, 출동한 소방관들은 불길이 시작된 8층부터 13층까지 뛰어다니며 집집마다 문을 두드렸다.

불은 집안 내부를 모두 태우고 2천300여만원(소방서 추산)의 피해를 낸 뒤 30분만에 꺼졌다. 소방관들은 불길 속에서 한모(89·여) 씨를 구출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30분만에 숨졌다. 아들 박모(55) 씨는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하모 씨 등 연기를 들이마신 주민 4명은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갑작스러운 화재에 아파트 주차장은 서둘러 대피한 주민 130여 명으로 가득 찼다. 동이 튼 뒤에도 주민들은 귀가하지 못하고 주차장을 서성였다.

주민들은 모자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두 사람과 관련된 기억을 떠올렸다. 숨진 박 씨 집에 우유를 배달하는 김모 씨는 "배달하러 가면 박 씨에게선 항상 술 냄새가 났다. 가끔 어머니와 싸우는 것 같았다"고 했다. 다른 주민은 박 씨에 대해 "특정한 직업 없이 방충망을 고치거나 해산물 장사 등 여러 일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는 진술에 따라 방화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박 씨가 술에 취해 아파트 화단에 쓰러져 자고 있다가 집으로 돌아간지 10분 만에 불이 났다. 고성이 들렸다는 얘기도 있다"며 "부검과 현장 감식을 거쳐 정확한 사인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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