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야권이 6·13 지방선거에서 초유의 참패를 경험하고도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다.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총사퇴로 수습에 나섰지만, 반성문 잉크도 마르기도 전에 당 진로와 노선, 세부 수습안 등을 놓고 내홍이 격화할 조짐이다. 역시나 보잘것없는 성적을 거둔 바른미래당도 15일 지도부 총사퇴 등 혼란스런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두 당은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기치로 선거를 치렀지만 '보수야당 심판'이라는 민심을 확인했음에도 처절한 자기반성과 쇄신은커녕 책임전가와 함께 권력다툼만 벌이고 있다.
15일 오후 한국당은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새 지도부 선출을 비롯한 당의 진로를 논의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공개발언에서 "우리 당이 처한 정치생태계를 바꿔야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고 새로운 도전도 가능해진다"며 "물러날 분들은 뒤로 물러나고 확실한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의원도 이날 의총에서 "당 재건을 위해 나부터 내려놓겠다"며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한국당의 상황은 김 원내대표의 말과 반대로 가고 있다. 우선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문제를 놓고 '조기 전대' 찬성파와 반대파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여기에 차기 당권 경쟁이 불붙고 있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이다.
게다가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중진들이 잇따라 반성문을 내놓았지만 이번 참사를 두고 지적만 난무할 뿐 '내가 잘못했으니…'라는 인정과 책임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심재철 의원(5선)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은 것은 통렬한 자기반성과 철저한 자기혁신밖에 없다"고 했다. 정우택 의원(4선)은 "보수는 죽었다.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돌이켜보고 가슴에 새겨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의원(4선) 역시 "당과 보수가 잘못된 길을 가는데도 더 용기 있게 말하지 못한 것을 반성한다"며 "모두 버리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보수의 대대적 쇄신·혁신'이라는 당면 과제에 집중하기보다 2020년 총선 공천권 행사를 위한 권력투쟁에 몰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초선 의원들은 중진들이 당면과제에 뒷짐 지고 있다며 공개 비판에 나섰다. 김순례·김성태(비례)·성일종·이은권·정종섭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10년간 보수정치 실패에 책임이 있는 중진들은 정계 은퇴를 하고 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중진은 당 운영의 전면에 나서지 말라"고 요구했다.
특정 의원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계파싸움으로 내홍을 부추겨온 중진을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 의원들이 '잘못도 했고 희생도 해야 하는데 그게 나는 아니다'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자회견에 나선 초선 의원들은 친박 공천으로 국회에 입성했고, 정종섭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까지 했던 사람이 아니냐. 이들이 중진을 향해 '보수정치 실패에 책임을 져라'고 하는 자체가 코미디이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도 사정은 비슷하다. 바른미래당은 전날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사퇴한 데 이어 이날 박주선 공동대표와 최고위원 6명 전원이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
당은 2개월 내로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고 그전까지는 김동철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조기 전당대회 등으로 당 재건에 속도를 올리는 모습이다.
다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진 바른미래당에는 범보수(바른정당 출신)와 범진보(국민의당 출신) 성향 의원들이 뒤섞여 있어 앞으로 전열 재정비 논의에 극심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박 공동대표가 "(당 안팎에서) 보수만 이야기했지 진보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비판이 있다"고 했는데, 전날 사의를 표명한 유승민 공동대표가 당의 정체성 혼란을 지적하며 보수정치를 강조한 데 일침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통합 이후 누적돼온 노선 갈등이 선거 패배를 계기로 폭발함에 따라 향후 당 재편 과정에서 계파 대립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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