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후 한반도 주변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북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이 같은 견해를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분석의 근거로 "적이 친구가 될 수 있다", "과거가 미래를 규정할 필요는 없다" 등 북미회담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발언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이 발언한 것은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친밀해질 가능성을 드러내며, 이는 1970년대 미국이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한 사례를 연상시킨다.
이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과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과 본격적인 경쟁 관계에 돌입한 중국으로서는 이에 따라 북한이라는 카드가 더욱 가치 있는 카드로 여겨질 수 있다.
중국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 문제가 일시적이고 부차적인 문제인 반면 갈수록 격화하는 미국과의 경쟁은 향후 수십 년간 중국의 진정한 전략적 도전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관점에서 북한은 중국에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컬럼비아대학의 찰스 암스트롱 교수는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잃고, 나아가 북한과 미국이 반(反)중국 연합전선을 펴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금껏 북미 협상에서 북한을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역할에 머물렀으나, 앞으로는 북한을 끌어들이기 위해 북한의 체제 보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이에 따라 1961년 체결된 북·중우호조약의 효력이 만료되는 2021년에 중국이 이를 갱신할 가능성이 제시된다.
이 조약에 따르면 충돌 상황이 발생할 경우 중국은 북한에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기로 돼 있다. 현재 효력을 발휘하는 중국의 조약 중 이러한 약속을 한 것은 북·중우호조약이 유일하다.
하지만 지금껏 중국은 북·중우호조약의 갱신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의 테일러 프래블 교수는 "최근 수년간 북한의 핵 도발에도 중국은 북·중우호조약을 폐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며 "이는 중국이 조약을 갱신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북한의 개혁개방 후 한국의 영향력이 커지거나 북한을 흡수 통일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라도, 중국이 북한의 경제성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제시된다.
프래블 교수는 "중국은 한국의 주도 아래 통일된 한반도보다는 분단 체제에서 북한이 강력하고 번영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청샤오허(成曉河)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교수는 "중국이 북한을 카드로 활용하길 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역사적으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제한됐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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