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른 아침에] 보수 야당의 지방선거 참패 이후 정국 동향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정치평론가
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정치평론가

북풍 착시현상에 여당 지선 대승

대다수 국민 위험한 진실을 몰라

축제 같은 쇼 뒤 냉혹한 안보 현실

훗날 엄중한 대가 치러야 할지도

6월 12일 세계적 관심사였던 트럼프-김정은의 싱가포르회담이 CVID 비핵화는커녕 한미동맹 약화와 안보 우려를 심화시키고 끝났다. 그러나 그다음 날 치러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은 여당의 유례없는 대승으로 끝났다.

거래의 달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초 자신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김정은의 노련한 버티기에 말려들어 완패했다는 세계적 여론과는 달리 한국에서만 마치 매우 성공적인 회담처럼 언론의 호들갑 속에 전해졌다.

4·27 판문점 선언, 5·26 문재인·김정은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6·12 미북 회담으로 마치 북한 비핵화와 남북미 간의 종전선언, 평화협정, 미북 수교, 미국의 대북 제재 해체, 대북 경제지원 등이 임박한 듯한 착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북풍 착시현상이 문재인 대통령의 70% 중반 지지율을 떠받쳐 여당의 대승과 보수 야당 참패의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물론 자유한국당의 탄핵 사태 이후 성찰과 쇄신 부족, 공천 개혁의 부재, 기득 성향의 강화와 내분, 투쟁의식 부재가 참패의 또 다른 요인임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유례없는 대승을 이룬 더불어민주당이 과연 그럴 만한 근거가 있는지 따져보면 이 또한 납득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여당으로 정국 주도력, 야권과의 협력 소통 등을 상실하고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했고 여당 내에 그 누구도 문 정권의 소수 전횡과 독선에 제동을 걸려는 시도나 최소한의 의견 제시 및 내부 토론 기능강화조차 사라졌다.

여기에 드루킹 사건, 미투 사건이나 여배우 스캔들, 조폭 연루 의혹, 게임업체 관련 의혹 등으로 숱한 여권 핵심 인물들이 적폐청산이 무색하게 연루된 바 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지난 대선의 연장선인 지방선거에서 현 여권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면서 문 정권의 향후 정국 장악력을 뒷받침해줬다.

싱가포르 미북 회담에서 비핵화는 말뿐이고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확정되고 주한미군 철수, 대북 제재 완화, 종전선언, 평화협정이 가시화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국민 다수는 이 문제에 대해 위험한 진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65년 혈맹 우방국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안보에 대해 매우 우려스러운 사고관이 확인된 점이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돈 낭비라 인식하고 이를 북한, 중국과 같은 시각인 '도발적'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를 '지금은 아니지만' 단서를 달았지만 본인이 원하고 있다고 전 세계 기자 앞에서 공언했다는 점이다. 정작 회담의 주 메뉴인 북한 비핵화는 북의 김정은에 말려들어 회담 직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차원에서 추진한다며 호언장담하던 CVID를 말도 못 꺼내고 양보했다.

11월 중간선거, 탄핵 움직임, 재선 집착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에 완패라는 의외의 결과를 가져왔다. 문제는 문 정권이 싱가포르 3자 '종전선언'에 끝까지 집착하고 사실상 '한미 훈련 중단'에 동의하고 '미군 철수 발언' 등에 항의조차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나아가 비핵화는 우리 일이 아니라 미북 간의 과제인 양 신경도 쓰지 않고 마치 공개되지 않은 '이면합의'가 있어 향후 실무회담에서 잘 정리될 것처럼 낙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냉정하게 미북 회담을 바라보는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 미국, 한국 대통령들이 확신하기보다는 그들 임기 중 북의 '핵미사일 도발'이 없다면 이를 용인하며 북에 한미 동맹 해체, 미군 철수, 경제 지원, 제재 해제 같은 선물을 주려한다는 평가까지 내리고 있다.

나아가 북한은 이미 이스라엘 같은 '인지적 핵보유국'에 접어들었고 미북 협상은 핵보유국 간 군축회담 같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축제 같은 쇼들이 끝나고 난 뒤 부딪힐 냉혹한 안보 현실에 대해 국민 다수가 진실을 모르거나 혹은 외면하거나 애써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권 열성 지지자 일부는 이런 우려를 지적하면 철 지난 '안보 장사'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이분들 업보는 훗날 국민 각자가 치러야 될 엄중한 대가로 확인 될 것이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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