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6·13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대의 참패를 기록했다. 국민에게 사실상 탄핵을 당했다면 새롭게 자세를 가다듬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상식이다. 한국당 의원들이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는 ‘퍼포먼스’를 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으니 황당하다.
한국당이 처한 상황은 비상사태 정도가 아니라 침몰 직전의 난파선과 비슷하다. 그런데도, 구성원들은 통렬한 자기반성보다는 ‘남 탓’이나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금까지 선거 패배에 책임진 사람은 사퇴한 홍준표 대표와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전 대표 정도다. 나머지 중진은 입으로만 반성한다고 할 뿐, 별다른 책임감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지난 15일 비상의원총회를 앞두고 초선 의원 5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 있는 중진은 정계 은퇴하라’고 요구한 것도 ‘책임 전가’ 사례의 전형으로 꼽힌다. 그들 가운데 대표 격인 정종섭 의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친박 의원이기 때문이다.
내부 흐름을 보면 각 계파들이 당을 쇄신한다는 명목을 내세우면서, 차기 당권에 욕심내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조기 전당대회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옳으니 그르니 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친홍(준표)계와 친박(근혜)계, 비주류 등이 당권 장악을 위해 대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정말 ‘한국당스럽다’고 할 수밖에 없다. 당이 부서지기 직전인데도, 자기 욕심과 기득권만 챙기려는 분위기를 볼 때 국민의 외면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 상황에서 한국당에 ‘당권 경쟁’이란 말 자체가 나오는 것부터 비도덕적이다. 지금의 정체성과 인적 구성, 시스템으로는 회생이 불가능하다. 선거 패배 후 통상적으로 해오던 지도부 사퇴와 비대위 구성, 전당대회 수순은 무의미한 짓이다. 당을 해산하고 새롭게 헤쳐모이는 것이 가장 올바른 타개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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