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임영숙(가명·71) 씨의 무릎은 한눈에 보기에도 크게 휘어있었다. 임 씨가 무릎을 완전히 펴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게 일어섰다. "바닥에 한번 앉으면 다시 일어나기 어려워요. 집안에 짚고 일어서 의자라도 하나 두면 좋겠는데... 바깥에 버려진 의자가 있어도 갖고 들어오질 못해 이러고 삽니다." 임씨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한 때 단란했던 가정, 남편 숨진 후 급격히 무너져
임 씨도 한 때 단란한 가정을 꾸린 적이 있었다. 고아로 자란 임 씨는 서른 살이 될 무렵 네 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전처와 이혼한 남편에게는 이미 자녀 셋이 있었다.
임 씨는 "남편이 데리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 예쁘더라. 내가 쟤들을 열심히 키우면 그게 행복이겠다 싶었다"고 했다. 택시기사를 하던 남편의 수입이 많진 않았지만, 가슴으로 낳은 자녀 셋과 직접 낳은 아들 하나를 키우는 게 임 씨의 행복이고 희망이었다.
넉넉하진 않아도 오순도순 살던 임 씨의 가정은 19년 전 남편이 일용직으로 일하던 공사 현장에서 미끄러져 뇌출혈로 숨지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당시 스물 아홉살이던 첫째 아들은 사업을 하다가 실패해 그나마 남아있던 여윳돈을 모두 날렸다. 고교 2학년이던 막내아들은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서 돈을 벌겠다며 홀로 집을 나갔다. 임씨도 공공근로를 하며 생계를 꾸렸다.
시련은 그치지 않았다. 10년쯤 전부터 첫째와 둘째 아들에게 잇따라 마음의 병이 찾아왔다. 사업 실패 후 연락이 끊겼던 첫째 아들은 11년 만에 만났지만 이미 뇌수술을 받은 상태였고, 후유증 탓인지 술을 마시고 폭언을 하는 등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다. 둘째아들은 2010년부터 조울증과 함께 헛것이 보이거나 환청이 들린다는 등 조현병을 앓았다.
팍팍한 형편에 두 아들은 자주 다퉜다. 지난해 4월에는 두 아들 간의 다툼이 크게 번지면서 폭행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경찰까지 출동한 이 다툼 이후 둘째 아들은 사회복지시설로 갔지만, 첫째 아들은 며칠 후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급성 폐렴이었다.
◆만신창이 몸으로 홀로 버텨야하는 삶
함께 살던 두 아들은 그렇게 임 씨의 곁을 떠났다.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었던 막내아들은 2013년부터 관계가 단절됐다. 그래도 법적 부양의무자인 막내 아들이 있기 때문에 임씨는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결혼한 딸에게서 가끔 연락이 오지만 그동안 소식조차 끊겼던 생모가 나타나는 등 복잡한 집안 사정으로 임 씨를 도와주지 못한다.
홀로 고된 삶을 버텨야하는 임씨의 건강상태는 매우 좋지 않다. 2012년 직장암 수술을 받았고, 후유증으로 하루에도 10여 차례 이상 화장실을 들락거려야한다. 2016년 말에는 흉부대동맥에 혹이 생겨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기도 했다. 이때 C형 간염 진단도 받았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임 씨는 "간염 치료는 제 때 못 받으면 간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니 걱정은 되지만 한 달에 200만원이 드는 약값을 석 달이나 낼 능력이 없다. 보름 전에는 대상포진이 생겨 코 옆과 엉덩이에 흉터가 남았고 온몸이 아프다"고 고개를 숙였다.
임 씨는 만신창이나 다름없는 몸으로 시니어클럽에서 1주일에 두세차례씩 일을 하고 있다. 그렇게 손에 쥐는 돈은 한 달에 27만원. 기초노령연금 20만원을 보태도 50만원이 되지 않는다. 낡고 오래된 한옥에 살다 지원기관의 도움으로 임대주택으로 옮겼지만 매달 월세와 전기 및 가스요금 등으로 20만원을 낸다. 나머지 돈으로는 치료비에 보태기도 빠듯한 형편이다.
"아직까진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지 않고 버티고 있지만 내년 이후로는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아요. 끊임없는 통증과 앞으로 살아갈 걱정에 밤잠을 제대로 못잡니다. 걸음만 걸어도 어떻게든 살겠는데…" 말을 잇던 임씨가 끝내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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