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8일 한국 축구대표팀과 스웨덴의 F조 1차전에 앞서 17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대표팀 기자회견장. 회견장에 들어서는 순간 너무나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한국 인사말에 놀라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기자회견장 안내데스크 부근에 빨간 티셔츠를 입은 러시아 자원봉사자들 사이에 한눈에도 한국인임을 알 수 있는 마른 남성에게 눈이 꼽혔다.
"한국분이세요?"
돌아온 대답은 고려인. 누가 봐도 외모는 천상 한국인이었고, 발음 또한 정확했다. 심지어 경상도 사투리 억양까지 살짝 들렸다.
그의 이름은 박유리(19). 이름이 유리지만 남자다. 러시아에서 유리는 남자 이름이란다. 고려인 4세인 그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나 지금은 모스크바에 살고 있다. 어머니가 부산 출신이라 그의 말엔 부산 사투리도 간간이 섞였다. 고려인 3세인 아버지와 어머니는 교환학생 모임 파티 때 만났단다.
한국이 월드컵에 진출해 러시아로 온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자원봉사 신청을 했다. 원래는 모스크바에서 봉사를 해야 했지만 한국이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경기를 하게 됨에 따라 한국어 자원봉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 이곳으로 보내주기를 요청했다.
승낙은 떨어졌지만 언제 보내줄지 하세월이라 급한 마음에 자비를 들여 이곳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기숙사와 친구집에서 숙박을 해결하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원래도 마른 편인데 맹장 수술을 해 몸무게가 10kg이나 더 빠졌다. 그래도 평생 언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지원했다"며 "자원봉사자 유니폼인 이 빨간 티셔츠를 입고 있으면 뿌듯하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또 "내가 없었으면 이곳에서 한국어 통역을 어떻게 할 뻔 했느냐"며 "대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만족해했다. 그는 "어머니랑 얘기할 땐 부산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며 "남동생도 있는데 한국말을 못한다"면서 웃었다.
유리 씨는 "이곳 러시아 사람들도 내가 한국인인 걸 알아본다. 손흥민 선수 덕분이다. 이곳 사람들은 나를 보면 '우와, 토트넘의 손흥민'이라며 아는 척 한다"며 "안정환과 박지성도 많이 알려져 있다"고 알려줬다.
유리 씨 옆엔 항상 단짝처럼 붙어 다니는 자원봉사자가 있다. 러시아 자원봉사자 모짜르니코바 마르따(24) 씨다. 마르따 씨는 대학에서 한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연세대 어학당에서 9개월 동안 공부한 덕에 한국어를 조금할 줄 알아 한국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마르따 씨는 "한국어를 잘 하지는 못한다. 쥐꼬리만큼 한다"면서 "원래 자원봉사하는 걸 좋아한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전 한국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자원봉사자로 일했다"고 했다.
그녀는 "어머니께서 내가 자원봉사하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며 항상 응원해 주신다"며 "이번 월드컵에 도움이 될 수 있어 보람되고 뿌듯하다"고 자랑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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