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척추·건강 클리닉]현대의학의 축복, 마취

마취가 없던 시절 수술은 오랫동안 공포의 대상이었다. 1820년대 에든버러 대학 의학부에 다녔던 찰스 다윈은 끔찍한 수술 광경을 목격한 후 의학에 대한 흥미를 잃어 버렸다고 한다. 19세기 유럽에선 수술에 대한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게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었을 정도였다. 이 같은 상황은 1840년대에 들어와 수술에 마취제가 사용됨으로써 극복되기 시작했다.


현대에 와서 마취는 넓은 의미에서 수술 전부터 시작해 수술 후 회복실에서 환자가 마취로부터 완전하게 깨어날 때까지 상태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모든 조치가 포함된다. 다시 말해 수술 전 환자의 질병 및 전신 상태에 대한 파악과 조절에서부터 수술 종류 및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마취 방법과 약제를 선택하고, 수술 중 ▷마취제의 적절한 투여 ▷필요한 수액ㆍ혈액ㆍ약물 공급 ▷호흡과 순환 조절 등을 시행해 수술 전과 후, 그리고 수술하는 동안 통증의 완화는 물론 환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정신 및 육체적인 변화를 관리하는 의술이다.


또한 최근 의료 분야에서 마취는 수술을 위해서 수술실에서만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검사 중 환자가 느낄 수 있는 통증을 없애거나, 환자의 움직임이 없어야 시행할 수 있는 각종 검사나 중재적 시술을 진행하기 위해서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마취통증의학은 마취제의 약리, 물리, 생화학, 병리 등 생체관리를 포함한 학문으로 이것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를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라고 한다.


마취는 크게 전신 마취(general anesthesia)와 부위 마취(regional anesthesia)로 나누어진다. 전신 마취는 무통, 기억상실, 의식소실, 근육이완 그리고 반사차단이 모두 이루어진 상태를 말하며 의식 소실이 필요한 큰 수술을 할 때 사용한다. 부위 마취는 마취된 부위에만 국한되어 무통과 근육 이완이 이루어진 상태를 말한다.

안현정 대구 늘열린성모병원 원장
안현정 대구 늘열린성모병원 원장

전신마취는 흡입마취제 및 정맥마취제를 사용하여 환자의 의식을 소실시켜 수술하는 동안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불필요한 반사기능을 차단하며, 근육이완제를 사용하여 근육을 완전히 이완시켜 수술하는 데 최적의 상태를 만든다. 부위마취는 전신 마취의 부작용이나 합병증을 피할 수 있고 수술이 끝난 후에도 환자들이 통증을 느끼지 않는 장점이 있다. 부위마취에는 척추 마취, 경막외 마취, 국소 마취, 상완신경총마취 등의 방법이 있다.


이렇게 의학의 힘을 통해 마취를 조율할 수 있게 되면서 현대 의학은 눈부시게 발전했고 인간 수명도 연장되었다. 주요 외과 수술과 장기 이식 등은 마취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많은 환자가 여전히 마취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느낀다. 마취과 의사는 수술 전 환자에게 마취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소통하며, 환자를 격려함으로써 이런 두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안현정 대구 늘열린성모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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