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인사이트] 기대를 모으는 '히든싱어 시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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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히든싱어'

방송계에 음악예능 붐을 일으킨 JTBC '히든싱어'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끈하게 시즌 5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 17일 첫 방송된 '히든싱어5'의 강타 편의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 6.0%, 2049 타깃 기준으로는 4.6%다. 동시간대 1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며, 최근 수년 간 방송계 전반의 시청률 평균과 일요일 심야에 방송됐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예능 프로그램 첫 회의 기록으로는 상당히 고무적인 수치다. 국내 음악예능 트렌드를 형성한 프로그램이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올려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는 말을 들었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펼쳐지는 '모창 능력자'들과 '원조가수'의 노래 대결. 양 측의 목소리만 듣고 '원조가수'를 골라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장의 평가자들. 2년 5개월 여 만에 안방극장을 찾은 익숙한 포맷이 시청자들을 다시 한번 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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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강타 시즌5 첫 회 출연자로 나서

이번 시즌에 출연이 확정된 원조가수는 그룹 H.O.T의 메인보컬 강타를 비롯해 전인권, 케이윌, 홍진영, 싸이 등이다. 그 외에도 꽤 거물급의 가수들을 섭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상태다.

강타는 이번 시즌 첫 회 원조가수로 출연해 자신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는 모창 능력자들과 노래 대결을 했다. 대개 '히든싱어'의 섭외를 받는 가수들이 그렇듯 강타 역시 처음에는 "내 목소리를 비슷하게 따라하는 사람이 있겠냐"며 여유 로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1라운드 시작 후 모창능력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당황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 지점이 '히든싱어'를 즐기는 첫 번째 흥미 포인트다. 자신의 목소리를 그대로 카피해 가수 본인마저 헷갈리게 만드는 모창능력자들의 존재. 그들과 한 무대에 올라서는 순간 기가 막혀 헛웃음을 짓는 가수들의 모습을 보는 건 '히든싱어'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재미다. 사실 '히든싱어'의 매 회차별 흥행 성공여부도 바로 이 지점의 완성도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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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는 통 안에 들어가 얼굴을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려주는 원조가수와 모창능력자들 중 '진짜'를 가려내는 작업이 시작된다. 강타와 강타의 목소리를 따라하는 모창능력자들은 기대 이상으로 싱크로율이 높아 듣는 이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H.O.T로 함께 활동하며 22년간 강타의 목소리를 들었던 멤버 토니마저 모창능력자들의 목소리에 놀라 진짜를 가려내는 데 애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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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포인트를 만들어내기 위해 '히든싱어' 제작진은 매 회차별로 섭외된 원조가수와 가장 목소리 싱크로율이 높은 모창능력자 선별작업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리고 가급적 원조가수에게는 불리하게, 그리고 모창능력자들에게는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재미를 준다. 예를 들면, 원조가수의 목소리가 가장 돋보이는 파트를 일부러 모창능력자에게 할당하는 식이다. 그렇게 되면 듣는 이들은 목소리만으로 원조가수를 찾아내기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긴장감과 웃음을 두루 끌어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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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경우에 해당 파트를 소화할만한 모창능력자가 없다면 결국 뻔하고 재미없는 게임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창능력자 발굴에 힘을 쏟고 어느 정도 방송에 출연할만한 인원이 정리되면 그들이 가장 잘 부를 수 있는 파트를 찾아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시켜 시청자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이렇게 철저하게 트레이닝을 받은 모창능력자들의 목소리는 제작진이 사용하는 약간의 음향 트릭의 힘까지 받아 거의 원조가수와 흡사한 톤을 만들어내곤 한다. 그래서 '히든싱어' 녹화현장에서는 오히려 방송을 통해 보는 것보다 더 '진짜'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이런 과정 때문에 '히든싱어'는 시청자들에게 상당한 재미를 주고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의 자리를 꿰찰 수 있게 됐다. 물론, 제작진의 철저한 준비와 노하우에 기반을 둔 작업이지만 결국 출연을 희망하는 모창능력자들의 실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이 프로그램은 절대 성립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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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가수 뛰어넘는 모창능력자 '큰 재미'

'히든싱어' 첫 회에서 강타는 모창능력자에 밀려 경쟁에서 탈락했다. 사실 큰 의미는 없다. 목소리만 듣고 '진짜'를 가려내는 작업이 진행되던 중 현장에서 듣던 이들이 혼돈을 해 모창능력자에게 '진짜 강타'라며 표를 준 것 뿐이다. 앞서 신승훈과 이승환도 모창능력자와의 경쟁에서 졌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가창력에 문제가 있었던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두 가수는 '히든싱어' 출연 이후 또 한 번 실력과 업적에 대한 재조명을 받으며 크게 화제가 됐다. 이승환은 최종 라운드에서 현장 평가단이 모창능력자를 '진짜'로 착각해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오히려 기뻐하며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지점이 '히든싱어'의 또 다른 흥미 포인트다. 원조가수의 목소리를 똑같이 카피할 만큼 열정적인 팬의 등장. 그리고 이런 팬들과 원조가수의 만남을 통해 만들어내는 감동이 '히든싱어'의 주된 재미요소 중 하나다. 모창이 개그맨들의 개인기 자랑이나 또는 명절 특집 프로그램의 소재 정도로나 쓰일 때 '히든싱어'는 아예 이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는 파격적인 기획력을 보여줬다. 그래서 기획 관련 이야기가 방송계에 돌던 무렵 우려의 시선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웃음과 감동이란 두 가지 코드를 알맞게 버무려낸 이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이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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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예상하는 수준의 모창이 아니라 원조가수와의 비교에서 듣는 이들을 헷갈리게 만들 정도의 실력, 그리고 열혈 팬을 자처하는 모창능력자들과 원조가수의 만남, 모창능력자들이 원조가수의 목소리를 따라하게 된 스토리, 그리고 매 회차 출연하는 원조가수의 실력과 성과를 되새겨보는 시간 등 '히든싱어'는 시청자들을 끌어들일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완성도 높은 예능프로그램이다.

'방송계 음악예능 붐의 원인 제공자'란 표현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실제로 '히든싱어' 이후 MBC '복면가왕'과 tvN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나왔다. '복면가왕'의 경우 가면을 쓰고 노래한다는 우스꽝스러운 설정 때문에 방송계 전반에서 외면 받던 기획이었다. 하지만 모창을 메인소재로 채택한 '히든싱어'의 성공 이후 '복면가왕'이란 기획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이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 과감한 시도는 상당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MBC 예능국의 체면을 살려줬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역시 마찬가지다. 노래하는 여러 출연자를 보며 립싱크를 하는 이가 누구인지, 또 진짜 실력파는 누구인지 찾아내는 콘셉트인데 듣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두루 충족시켜주며 매 시즌마다 호응을 얻고 있다. SBS '판타스틱 듀오' 등 음악에 각종 트릭을 동원해 흥미를 끄는 프로그램들은 사실상 모두 '히든싱어'의 영향 하에 론칭된 음악예능이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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