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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영의 자전거로 떠나는 일본 여행] <18>간사이 대장정 라이딩을 마무리하다

고야산~류진온천~시라하마

지도
지도
고야산 단조가란 경내의 연못인 하스이케.
고야산 단조가란 경내의 연못인 하스이케.

◆일본 불교의 성지, 고야산(高野山)

고야산을 가는 길은 늘 설렌다. 일본 진언종이 태동한 일본 불교의 성지로 1000m 이상의 험준한 산령에 117개의 사찰들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는 고야산 개창 1,200년 되는 해이다. 819년 진언종을 전파한 '쿠가이(空海)'를 모신 오쿠노인(奥の院), 단조가란(壇上伽藍), 곤고부지(金剛峰寺) 등 둘러볼 성지들이 너무 많다. 고야산에서 쿠마노(熊野)까지 이어지는 '기이 산지의 영지와 참배길' 700㎞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길' 800㎞와 더불어 유네스코에서 인정받은 딱 두개의 영적 순례길이다.

고야산의 총본산격인 단조가란의 대문.
고야산의 총본산격인 단조가란의 대문.

고야산을 즐기는 동선은 우선 정문격인 '다이몬(大門)'을 시작으로 고야산 전체의 총 본당인 '단조가란', 진언종의 총본산인 '곤고부지' 그리고 2㎞에 이르는 묘비와 공양탑을 걷는 참배길 '오쿠노인' 순으로 살펴본다. 족히 2~3시간은 걸린다. 하이라이트격인 오쿠노인의 찌를 듯한 울창한 산림들이 신비함마저 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비롯하여 일본에서 내놓으라하는 인물들의 묘비가 끝없이 이어진다. 오래된 공동묘지를 걷는 셈이지만 사뭇 경건함을 준다. 인근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모신 사당도 있다. 사실 이 길을 걸어 다니려면 다리가 꽤나 아프지만 자전거로 쌩쌩 옮겨 다니니 절로 신명이 난다. 오쿠노인의 좁은 순례 길을 자전거로 가는 건 눈치가 많이 보였지만 별다른 제지도 없이 홍법대사 사찰까지 둘러볼 수 있어서 큰 다행이었다. 고야산의 운치를 조금이라도 더 음미하고자 인근의 찻집에서 따뜻한 사색을 즐겼다.

2km에 걸진 오쿠노인 참배길. 때마침 일본 순례객들이 참배하고 있다.
2km에 걸진 오쿠노인 참배길. 때마침 일본 순례객들이 참배하고 있다.

기회가 주어지면 고야산 입구 마을에서 고야산까지 자전거로 도전하리라 다짐한다. 약 17㎞에 이르는 좁디좁은 산길 오르막이라 엄청난 인내가 요구된다. 끊어질 듯한 산길들이 옛적 고야산에 이르는 길이 왜 순례길이었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

◆일본의 3대 미인온천, 류진온천(龍神温泉)

고야산 자락을 벗어나 바다 끝 시라하마(白濱)까지 가기로 한다. 약 100㎞ 정도이다. 딱 중간 지점에 류진온천이 자리잡고 있다. 모르긴 하되 이 길을 자전거로 도전하는 사람은 흔해 보이지 않는다. 1,000m 이상의 산자락을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달려야 한다. 인적은 고사하고 차들의 통행도 드물다. 깊은 골짜기의 경관들이 숨막힐 듯한 압박감마저 준다. 보기 아까운 경치들이 계속 이어진다. 일본 산림의 정수를 보여준다.

고야산에서 게으름 피우듯 시간을 보내고 늦게 출발한 탓에 마음이 급해진다. 중간 기착지 류진온천까지 6시전에 넉넉히 도착하리라 생각하였는데 아뿔싸였다. 몇㎞인지 가늠하지 못할

키라리류신(季楽里龍神) 료칸 현판 앞에서.
키라리류신(季楽里龍神) 료칸 현판 앞에서.

정도의 오르막길 끝에 이제 내리막인가 싶으면 또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이 첩첩산중 길에는 그 흔한 자판기도 드물다. 연신 불안해진다. 숲속 치솟은 나무들이 햇볕을 가려 어둑어둑 해진다. 7시가 훌쩍 지나 완전 깡촌 시골마을인 류진온천 지구에 도착했다. 볼 것도 없이 불빛이 가장 커다랗게 빛나는 숙소에 들어섰다. '키라리류신(季楽里龍神)'이다. 꽤 규모도 크고 온천도 좋다. 류진온천은 일본 3대 미인온천이라고 불린다. 좋은 물에 피부가 매끄러워져서 미인이 되는지는 모르나 경험해 본 온천수 중 특이한 촉감을 주었음은 확실하다.

◆보석같이 빚나는 해변도시, 시라하마(白濱)

오사카로부터 약 180㎞ 떨어진 기이반도 맨 끝자락에 위치한 '시라하마' 말 그대로 반짝반짝 빛나는 은빛 모래들이 펼쳐진 바닷가이다. 일본의 하와이라 불린다. 시라하마를 해변길이 아닌 류진온천에서 산길을 따라 찾아간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산길은 여전히 골이 깊다. 우리나라 금강송 산지를 자랑하는 울진 불영계곡, 청송골짜기보다 곱절은 깊어 보인다. 삼나무 숲들이 얼핏 봐도 50m 이상은 되어 보인다. 4시간여를 달리자 내리막과 평지길이 시원스레 나타난다. 바닷가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시라하마는 '해변' '참치' '바위' '온천' 4가지의 테마가 있다.

휴가철이나 주말에는 바다를 즐기려는 간사이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든다. 실크 같은 부드러운 모래와 넓은 해변이 압권이다. 곳곳에 자연이 빚은 구경거리들이 짜임새있게 자리하고 있어 지겨울 틈이 없다. 일본 참치의 70%가 이곳을 통해 들어온다. 매일 새벽 '토레토레 어시장(とれとれ市場)'에서는 참치해체 쇼가 눈길을 끈다. 즉석 참치회 또한 군침이 돈다.

시라하마의 상징인 엔케츠도(円月島). 일출 일몰이 장관이다.
시라하마의 상징인 엔케츠도(円月島). 일출 일몰이 장관이다.
깎아지른 암벽들이 마치 울릉도를 연상시키는 산단베키(三段壁).
깎아지른 암벽들이 마치 울릉도를 연상시키는 산단베키(三段壁).

바위 구경도 쏠쏠하다. 시라하마를 광고할 때 늘 1면을 장식하는 '엔케츠도(円月島)'의 일몰과 일출의 광경은 일품이다. 시라하마에 온 증거를 남기기 위하여 '엔케츠도'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다. 두 번째 바위는 널찍한 바위가 인상적인 '센조지키(千畳敷)'이다. 마치 다다미를 펼쳐 놓은 듯한 1,000여 개 이상의 바위판들이 햇볕에 비춰져 장관을 이룬다. 작품사진을 만들기 위한 욕심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몰려든다. 세 번째는 '산단베키(三段壁)'이다. 깎아지른 암벽들이 마치 울릉도를 연상시킨다. 36m 아래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바로 바다로 맞닿을 수 있다. 바다와 맞닿아 태평양을 보며 즐길 수 있는 특이한 체험의 '사키노유 온천(崎の湯)'은 이름 높다. 시라하마의 관광지들은 다들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자전거로 돌아보아도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는다. 시간적인 여유만 허락한다면 이곳에서 하룻밤 쉬어가며 천천히 라이딩하고픈 맘이 간절하다.

◆간사이 대장정 라이딩을 마무리하다

당초 계획은 그랬다. 고야산-류진온천-시라하마를 산길로 가서, 시라하마-와카야마까지 해안도로를 타고 올라간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산길 라이딩에서 시간이 많이 걸렸고 시라하마 시가지의 볼거리에 푹 빠져서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아쉬운 대로 미나베정(みなべ町)까지 약 20㎞ 정도 짧은 거리만 경험하고 와카야마 해안 라이딩을 마쳐야만 한다. 또 일상생활을 위해 간사이를 통해서 귀국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야산에서 시라하마까지 연결되어 있는 히다카강.
고야산에서 시라하마까지 연결되어 있는 히다카강.

큰 기대와 설렘 속에 시작된 간사이 지역의 500㎞ 대장정 라이딩도 이렇게 마무리된다. 꿈만 같았던 비와코호수-교토-고베-오사카-고야산-류진온천-시라하마로 이어진 일주일간의 라이딩은 큰 추억으로 기억 속에 자리매김한다.

이제는 일본의 상징 3,776m 후지산(富士山)을 향한다. 2,780m까지는 자전거 등정이다. 쉽지 않은 도전이 될듯하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다.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toursk@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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