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통신] 주목되는 법안 하나

박상전 서울정경부 차장
박상전 서울정경부 차장

저성장 장기화 시대에 의미 있는 법안 하나가 최근 국회에 제출됐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다. 이 법은 제2의 '궁중족발 사태'를 막기 위해 계약갱신권 기간 10년 확대,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설치, 월차임(月借賃) 인상 상한선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벌어진 서울 서촌 '궁중족발 사태'는 족발집을 운영하던 세입자가 건물주를 폭행하면서 불거졌다. 2년째 계속된 임대료 다툼이 원인이었다. 건물주가 재계약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보증금 3천만원, 월세 297만원에서 보증금 1억원, 월세 1천200만원으로 인상을 통보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권 의원은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계약 기간 5년이 넘으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몇 배씩 올리거나 재계약을 거부해도 임차상인을 전혀 보호하지 못한다"며 "5년이라는 시간은 상인들에겐 투자이익을 회수하기에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지만 2001년 법 제정 이래 이 조항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아 정치권이 상인들의 고충을 외면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궁중족발 건물 세입자는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 기간 5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명도소송 1·2심에서 패소했다. 이후 용역을 동원한 12차례 강제집행이 진행됐고 결국 건물주를 폭행하고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권 의원은 "임대인의 재산권 보호를 앞세워 임차인의 생존권을 합법적으로 박탈하는 우리 사회의 불합리와 모순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급속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보증금과 월세가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은 임대인을 보호할지언정 임차인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법"이라고 했다.

일본, 프랑스, 독일에서도 임차인의 영업권을 사회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만큼 지체 없이 임차인의 영업권을 기본적 권리로 인정, 계약갱신 기간을 확대하고 보상 방안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발의된 개정안에는 또 광역자치단체별로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 신속하고 적극적인 권리구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경제 악화에 영세상인이 늘고 있는 대구도 눈여겨볼 만한 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