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예술 분야 학교기업 첫 걸음, 성보학교 '맑은소리 하모니카 연주단'

단원들 안정적 연주활동과 자립 도울 전망
현재 특수학교 학교기업, 성산`맑은소리 하모니카 연주단 두 곳
장애학생 특성화고, 문화`예술 중점 특수학교 설립 앞둬

지난 18일 대구성보학교에서 열린
지난 18일 대구성보학교에서 열린 '학교기업 맑은소리 하모니카 연주단' 개소식에서 연주단이 무대에 올라 축하 공연을 펼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성보학교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된 '맑은소리 하모니카 연주단'이 전국 최초로 문화'예술분야 학교기업으로 첫발을 내딛는다. 올해로 창단 10년째를 맞이한 맑은소리 하모니카 연주단은 그간 재능 기부로 사회 곳곳에서 마음을 울리는 공연을 펼쳐왔다. 그러다 대구시교육청은 최근 단원들의 안정적인 연주활동과 자립을 위해 이달부터 연주단을 학교기업으로 전환했다. 덕분에 단원들은 앞으로 전문 직업인으로서 음악 활동에 더욱 매진하게 된다.

현재 전국에는 모두 28개 특수학교 학교기업이 있지만, 단순 노무 직종에 치우쳐 있다는 점에서 연주단의 행보는 앞으로 많은 관심을 끌 전망이다. 또 연주단은 문화'예술 분야의 첫 특수학교 학교기업으로서 특수교육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 첫 학교기업으로 출발
지난 18일 지체장애 공립 특수학교인 대구성보학교에서 열린 '학교기업 맑은소리 하모니카 연주단 개소식'에는 연주단의 새로운 발걸음을 축하하려는 사람들이 모였다. 개소식에서 단원들은 무대에 올라 연주를 했고, 학교기업으로 성장을 도운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난 2009년 5월 창단된 맑은소리 하모니카 연주단에는 현재 재학생 1명, 졸업생 8명 등 총 9명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학교, 소년원, 병원, 공공기관 등을 방문해 지금까지 500여 회에 이르는 공연 경험을 쌓았다. 2015년 1월에는 미국 텍사스 순회공연, 지난해 9월에는 2박 3일간 대마도 순회공연 등을 마치는 등 국외에서도 공연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연주단은 공연을 통해 각자 잠재된 예술 역량을 키울 뿐만 아니라 장애인식 개선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2016년 12월에는 국내 최초로 장애인 하모니카단 음반을 제작해 전문 음악인으로서 역할을 자리매김했다.
성보학교가 연주단을 학교기업으로 전환하기로 생각한 것은 지난 2년 전쯤이다. 단원들 다수가 성보학교를 졸업하면서 이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에 성보학교는 올해 초부터 단원과 교직원의 의견을 수렴해 학교기업 설립을 위한 TF팀을 구성했고, 총 4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달 12일 시교육청으로부터 학교기업 설치'운영을 최종 인가받았다.
학교는 이들의 연습을 지원하고자 기존 하모니카실로 사용되던 1층 생활훈련실과 직업생활실 공간을 스튜디오로 리모델링한다. 이 공간은 학생들에게 문화'예술분야 진로 체험을 하는 공간이자, 현장실습의 장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또 학교회계와 학교기업 회계를 분리해 학교의 부담을 줄이고, 학교기업의 경영 수익으로 단원의 채용과 수당을 지급해 학생들의 자립과 재활 의지를 높일 계획이다.
엄명식 성보학교 교사는 "지금까지 장애학생은 문화'예술 분야로 직업을 갖는 게 쉽지 않았다. 학교기업으로 전환된 후 단원들은 수입을 떠나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은 직업 개념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며 "장애학생이 문화'예술 쪽으로 진로를 개척해나가는 첫 사례로서 앞으로 어떤 시행착오를 겪을지는 모르지만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직업교육으로 자립 돕는 학교기업
특수학교 학교기업은 장애 학생의 자립을 돕고자 교육과정과 연계해 학교 내에 기업 환경을 조성, 장애 학생들이 직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지식과 기술 등을 익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대구의 특수학교 학교기업은 맑은소리 하모니카 연주단과 학교기업 성산 등 두 곳이다.
'학교기업 성산'은 광명학교, 영화학교, 보명학교, 보건학교, 덕희학교 등 총 5개 지역 특수학교가 공동으로 설립한 장애학생 교육장이자 일터다. 사무용지, 세탁, 베이커리, 안마클리닉, 홍보 판촉물, 포장조립, 카페 등 총 7개 사업 종목을 운영해 장애학생의 직업교육은 물론 졸업 후 장애유형, 장애 특성에 따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업장이다. 이곳은 흑자를 기록하는 학교기업으로 전국 특수학교 학교기업의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카페 위'는 현재 대명점, 교육청점, 대구대점, 연수원점 등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또 학교기업 성산의 안마클리닉에서는 시각장애 학생들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지압 시술, 안마시술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 지난해에만 주민 1천여 명이 이용했을 정도며, 학생들은 이곳에서 전문 임상 능력을 키우고 있다.
대구에서는 특수학교 전공과에서도 장애 학생들의 직업교육에 힘쓰고 있다. 특수학교 전공과는 학생들의 고교 졸업 후 자립을 돕고자 운영되는 2년간의 교육과정이다. 현재 지역 9개 특수학교와 서부공고에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구의 전공과 취업률은 76.6%로 전국 평균(38.8%)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특수교육 정책으로 주목받는 대구
대구는 특수교육의 발상지이면서 최근에는 다양한 특수학교 설립으로 주목받는다. 과거 '돌봄'에 치우쳤던 특수학교의 역할이 직업교육, 재활 등으로 확대되면서 지역과 장애유형에 따른 다양한 특수교육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장애학생 수가 2014년 4천433명, 2015년 4천496명, 2016년 4천566명, 지난해 4천681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특수학급 과밀 문제와 취업률 제고를 위해 '장애학생 특성화고등학교' 설립을 추진 중이다.
현재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 심사를 앞둔 상태며, 개교 시 3개과(제조생산과, 대인서비스과, 외식서비스과)와 30개 학급으로 편성될 계획이다. 또 기존 종합 특수학교의 형태를 벗어나 산업 수요에 따른 인재를 양성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교육과정'을 도입하는 등 현장 맞춤형 특수학교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달성군 옥포면 현재 경서중학교 자리에 2020년 3월 문을 여는 '문화예술 중점 특수학교' 역시 전국 첫 번째로 등장한 특수학교 분야다. 이곳에서는 자율적으로 문화'예술 중심의 교육과정을 편성, 운영하게 되며, 이를 통해 장애학생의 예술적 잠재력을 실현할 계획이다. 특히 수영장, 체육관, 영화관 등 학교 시설을 주민에게 개방해 교육문화 복합타운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대구는 특수교육의 원조 도시이다. 학교기업 등을 잘 가꿔 특수학교마다 학생들이 자립할 수 있는 틀을 지속적으로 마련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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