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몰타와 제주

지난해 2월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때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은 난민 문제 해법이었다. 아프리카 중동 등지의 정세 불안으로 난민이 계속 유럽으로 쏠리자 EU 차원의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유럽행 난민 전초기지는 주로 터키와 지중해 그리스의 섬이었다. 하지만 EU와 터키의 난민 송환 협정으로 길이 막히자 리비아에서 이탈리아 남부로 건너가는 경로로 난민이 몰렸다. 2014~2016년 3년간 난민 160여만 명 중 50만 명이 이 루트에 집중되자 이탈리아 정부가 유럽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2016년 한 해 지중해를 건너다 희생된 보트피플이 5천 명을 넘었다. 이에 유럽 27개국 정상이 '몰타 선언'을 채택하고 난민 방지에 협력하기로 했다. 몰타 선언은 특정 국가의 힘만으로는 난민 문제를 풀기 힘들다는 점을 다시 증명한 것이다.

우리도 이제 난민 문제에서 예외가 아니다. 내전을 피해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인 난민 신청자가 급증하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올 6월부터 예멘인 무비자 입국이 금지됐지만 이미 들어온 난민 신청자를 두고 찬반양론도 격해지고 있다. 현재 제주 체류 예멘인은 561명으로 이 중 549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아시아 국가 중 난민법을 제정해 시행 중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1992년 난민협약에도 서명했다. 예멘인 입국자 45%가 "한국이 난민에게 우호적이라고 생각했다"는 설문조사가 여기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난민에 관한 우리의 인식은 그리 높지 않다. 관련 전문기관이나 전문인력 확보 등 대응력도 매우 허술하다. 준비 없이 빗장을 풀면서 호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난민 인정이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한 나라다. 1994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접수된 누적 난민 신청자 4만470명 가운데 인정자는 839명뿐이다. 무엇보다 경제적 목적의 난민은 인정하지 않는다. 어떻든 인권 문제 등 논란이 커지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대응책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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