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자유' 뺀 교과서 개정, 귀 열고 여론 살펴라

교육부가 2020학년도부터 중·고교생이 배울 역사한국사 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에서 ‘자유’를 삭제하고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수립’으로 바꾸는 등의 내용을 담은 ‘초등 사회과·중등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안을 22일 행정 예고했다. 우리 사회에서 오랜 논란과 함께 뜨거운 현안으로 대두되곤 했던 역사·한국사 교과서 집필을 둘러싼 회오리바람을 예고한 셈이다. 바람은 7월 말 개정안의 최종 확정·고시 때까지 계속 불 것이 틀림없다.

문재인 정부의 이번 교육부 정책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앞서 박근혜 정부에서 만들었던 국정 역사교과서를 지난해 신정부 출범 이후 폐기한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교육부가 마련한 교육과정 개정안은 개별 교과목의 교과서 집필 및 수업 내용, 평가의 기준이 되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7월 12일까지 예정된 국민 의견 수렴 뒤 교육과정심의회와 운영위원회를 거쳐 그런 쪽으로 가닥 잡을 듯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려되는 일은 교육부가 마련한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들이 과연 절대적이냐이다. 특히 일부 내용은 더욱 그렇다. 이번 개정안에서처럼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없애는 작업도 마찬가지다. 자유민주주의는 우리 헌법이 처음 제정될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추구한 가치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3월 발의한 헌법 개정안 전문에서도 자유민주주의를 그대로 두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자유를 빼려다 다시 살린 개헌안을 마련한 까닭이다.

우리 헌법이 쭉 그랬고 비록 국회 처리 무산으로 폐기됐지만 문 정부가 준비했던 새 헌법 개정안조차도 지키려 했던 자유민주주의를 교육부가 앞장서서 바꾸려는 데 대해 과연 국민들이 얼마나 동의할지 의문이다. 게다가 이미 지켜봤던 지난날 사례처럼 보수와 진보 진영의 대결 구도가 형성될 경우 ‘자유’ 논란은 엄청난 소모전으로 비화될 것이 틀림없다. 자칫 긁어 부스럼 만드는 평지풍파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교육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부디 선입관 없는 열린 자세로 여론에 귀를 기울여 제대로 수렴, 반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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