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영우 경북도교육감 퇴임 인터뷰

포항 지진 이후 수능 연기는 외로운 결정
인구절벽 문제로 풀지 못한 숙제 남겨 송구
사교육비 문제 해결은 정부가 큰 그림 그려야

이영우 경북도교육감이 지난 10년의 경북도교육감 시절을 회상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제공=경북도교육청
이영우 경북도교육감이 지난 10년의 경북도교육감 시절을 회상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제공=경북도교육청

"버스, 택시, 지하철 타는 연습부터 해야겠지. 부산에서 서울까지 혼자 걸으면서 체력도 테스트해보고 싶고."

이영우 교육감은 '자활훈련'부터 얘기했다. 스스로에게 도전하는 삶을 시작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간 옆에서 도와주고 끌어주던 참모진없이 스스로 모든 일을 해나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아쉬움이나 두려움은 보이지 않았다. 외려 퇴임인터뷰는 설렘으로 시작했다. '너무 늦은 게 어디 있냐'는 듯. 퇴임을 코앞에 둔 74세 교육감은 학생들 앞에 처음 섰던 20대로 돌아간 듯 패기를 내비쳤다. 다음은 퇴임인터뷰 문답.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은?

안동으로 경북도교육청 신청사를 옮긴 인연이 나에게 닿은 것이다. 터를 잡을 때부터 숱하게 와보고 공을 들였다. 나무 심는 것부터 건물의 입지, 창의 방향까지. 풍수전문가를 대동해 온 것만도 3번이었다.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면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고 격려하려 애썼다. 개인적으로는 40세부터 62세까지 조깅을 했다. 땀의 맛을 알았고 학생들에게도 전하고 싶었다. 1인 1운동이 거기서 출발했고, 확대된 게 1인 1악기 프로젝트, 나아가 1만 동아리였다. 아이들은 가능성 덩어리다. 무대만 있으면 아이들은 준비돼 있다.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 노력했다.

-정말 외롭고 무서울 때가 있었나.

지난해 포항 지진 직후 수능시험 연기 결정을 내려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을 때 정말 외롭고 무서웠다. 전국 수험생과 여론을 생각하면 뭇매를 맞을 것이 뻔했지만 찢어지고 갈라진 포항 수험장 상황에선 그게 최선이라 판단했다. 학부모, 교사의 의견을 모으고 숙의해 내린 결정이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오후 2시 지진 이후 오후 8시 수능 연기 발표 때까지 6시간은 너무도 외로웠다. 기도만 했다.

-'해도 해도 안 되는구나'했던 일은.

사교육비 낮추기는 교육감이 감당하기에는 벅찼다. 사교육 자체를 없애진 못한다. 아이들의 학력을 중시하는 학부모들의 기대를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을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런데 '방과 후 수업'을 강화하니까 '돌봄교실' 운영이 문제로 맞물려 튀어나왔다. 지자체의 도움이 필수라는 걸 느꼈다. 사교육비 절감은 교육에 대한 정부의 큰 그림이 없이는 영원한 난제로 남을 것이라 생각했다.

-학부모들께 송구한 일이 있다면?

학교 신설, 이전 문제다. 언뜻 쉬워 보이지만 인구 절벽 문제가 기저에 놓여 있다. 안동 강남지역을 예로 들자면 태화동에 중학교 2개가 있어도 강남지역으로 옮기지 못했다. 안동 전체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어서였다. 교육부 등 관계기관을 움직이려 애썼지만 인구절벽 앞에서는 답이 없었다. 칠곡 남율중학교 신설에는 성공했는데 수많은 설득과 현장 방문이 있어서였다.

-후임 교육감에 전하고 싶은 말은.

후임 교육감은 현장 경험, 교육행정 경력이 풍부한 분이다. 잘 할 것이라 믿는다. 인사가 만사다.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는 자주 사람을 바꾸지 않길 바란다. 기계적 인사를 지양해야 할 것이다. 나라 발전은 교육과 직결된다. 하드웨어 인프라보다 소프트웨어 인프라에 더 신경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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