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면 민선 7기 지방자치 깃발이 오른다. 올해 6·13 지방선거는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독무대였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도 언더독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런데 한 군소 정당이 여당 독주의 틈을 비집고 존재감을 드러냈다. 주머니 속 송곳의 주인공은 바로 녹색당(綠色黨)이다.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서 단체장과 지방의회에 단 한 석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다. 아직 국회에 의석도 없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신지예 후보(8만2천874표·득표율 1.7%)가 4위, 제주지사 고은영 후보(1만2천188표·득표율 3.53%)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금·은메달은 놓쳤지만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기성 정당이 털렸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등록 정당 33개 중 군소 정당이 이만한 성적을 낸 것은 눈을 씻고 다시 볼 일이다.
청년과 여성, 성 소수자 등을 대변하는 녹색당은 생태주의와 평화주의, 여성주의라는 이념적 가치를 지향한다. 한국에서 녹색당은 2012년 간판을 내건 신생 정당이다. 하지만 국제 녹색당의 뿌리는 탄탄하다. 이 때문에 한국 녹색당을 관통하는 '그린 피'(Green Blood)의 기세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진성 당원의 54%가 여성일 정도로 여풍이 센 녹색당의 20, 30대 청년 여성 후보들이 이번 선거에 두각을 드러낸 것도 자연스럽다.
이번 선거가 보여주듯 사회적 정의와 참여민주주의, 비폭력·평화주의, 다양성의 존중, 지속 가능성의 가치를 표방하는 녹색당의 미래는 다른 군소 정당에 비해 매우 밝은 편이다. 유럽과 아프리카, 미주, 아시아 등 85개국 녹색당이 정회원인 세계녹색당연합(Global Greens)과의 국제연대도 든든한 원군이다. 유럽 각국 녹색당이 유럽의회에 모두 44석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녹색당의 저력과 한국 녹색당의 미래를 보여준다.
정당정치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녹색당의 존재는 의미가 적지 않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새로운 이념과 가치를 접목해 정치와 민생 현장에서 구현하는 일이다. 아직은 출발선상이나 기성 정당의 한계를 뛰어넘을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녹색당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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