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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전망] 공항 갈등, 청와대가 책임져라

최정암 서울지사장
최정암 서울지사장

꼭 2년 전인 2016년 6월 22일 매일신문 1면은 백지였다. 1면은 신문의 얼굴이다. 그런데도 1면 백지 발행을 결행한 것은 전날 박근혜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로 지역민들의 얼굴이 백지장이 된 것을 대변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대구와 부산의 극심한 지역 갈등을 수면 아래로 내리려는 정부의 고육지책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민은 관문공항에 대한 염원이 멀어져 갔고 차선책으로 대구통합공항으로 기수를 돌렸다.

이런 우리의 진심과는 달리 부산의 오거돈 시장 당선인이 다시 갈등의 불을 지피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을 또 들고나온 것이다. 이번에는 힘으로 찍어 누르겠다는 기세다. 정치적으로 부산의 힘은 장난이 아니다. 부산 출신 대통령에, 부산시장 선거 사상 첫 민주당 출신이 나왔다. 구청장도 16개 기초단체장 중 13곳이 민주당이다. 시의원은 42명 중 38명이나 된다. 4년 전 지방선거 때 민주당 소속 구청장은 한 명도 없었다. 2년 전 선거 때 국회의원을 5명이나 당선시킨 데 이어 '부산의 강남'이라 불리는 해운대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압도적 표 차로 당선됐다.

이런 세력을 바탕으로 오 당선인은 취임도 하기 전에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가덕도 신공항을 본격 거론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 역시 김해공항 확장불가론을 펴고 있다. 이전에 경남은 신공항 입지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가덕도가 되든, 밀양이 되든 본인들은 불편한 게 전혀 없었기 때문. 그런 경남이 김해신공항 불가론을 주장하는 건 가덕도 신공항에 힘을 싣는 격이다. 이전 대구 편이었던 울산도 부산 편을 들 공산이 크다. 송철호 시장 당선인이 문 대통령 및 노무현 전 대통령과 3형제로 불릴 정도로 가깝다. 부울경을 장악한 민주당이 부산의 목소리에 동조하고 나설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반면 대구는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 한 명 배출하지 못했다. 대구경북의 민주당 국회의원도 25석 가운데 대구 2석에 불과하다.

부산이 이런 정치적 구도를 믿고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인다면 대구경북은 무기력한 정치권을 대신해 시도민 전체가 나서서 극렬히 저항할 수밖에 없다. 향후 엄청난 갈등이 지속됨을 의미한다. 영남권 신공항을 한다면 가덕도보다는 밀양이다. 2년 전 정부 용역결과도 가덕도보다 밀양이 더 나은 점수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국가 혼란을 피하기 위해 양보를 했다.

부산의 생떼부리기에 대한 답은 청와대가 해야 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지금으로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미진하다. "지금으로선"이란 사족을 붙일 이유가 없다. 그럼 여건이 바뀌면 다시 한다는 말인가. 오 당선인이 그 정도 발언에 멈출 사람이 아니다. 그러기에 청와대가 입장 표명을 하라는 것이다.

오거돈 당선인에게도 당부한다. 가덕도 신공항 문제는 문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 것인지, 부산의 대통령에 국한시킬 것인지 시험대가 된다.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의 수장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지우는 일을 하는 게 과연 옳은 길인가. 단체장의 욕심 때문에 대통령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고, 또다시 부산 시민들을 혼란과 혼돈 속에 빠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시도하면 할수록 세찬 소용돌이로 빠져들 가덕도 신공항 대신 되지도 않을 공항 때문에 막대한 재산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 가덕도 주민들을 위한 발전 방안 마련에 전념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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