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리랑다법 창시자 문청함 씨의 다도

아리랑다법은 기존 다도와 달리 격식에 치우치지 않는다. 차도 마시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면서 하나된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문청함 씨가 아리랑 찻사발에 솔가지로 격불(젓는 것)하는 모습.
아리랑다법은 기존 다도와 달리 격식에 치우치지 않는다. 차도 마시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면서 하나된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문청함 씨가 아리랑 찻사발에 솔가지로 격불(젓는 것)하는 모습.

차(茶)는 무엇 때문에 마실까. 차는 정신을 맑게 해주고 서로 소통하는 매개체이다. 차에에는 느림의 미학이 숨어 있다. 바쁜 일상에 쉼표를 주고 성찰할 여유를 준다. 문경에 사는 문청함(49·천년다례원 원장) 씨는 우리의 것에 맞는 다법을 창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아리랑을 소재로 아리랑다법을 만들었다. 차를 마시면서 나를 찾고 이치를 깨닫고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다탁도 없고 값비싼 찻잔도 필요 없다. 격식과 형식을 따지는 기존 다법과 달리 함께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른다. 그는 16년째 차와 인연을 맺고 있다. 차와 한시, 시낭송, 찻자리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아리랑 다향에 푹 빠진 그의 즐거운 인생을 들여다 봤다.

아리랑 찻사발에 가루차로 꽃을 그리고 손등을 마주대고 서로 정을 나누는 학생들의 수업 장면.
아리랑 찻사발에 가루차로 꽃을 그리고 손등을 마주대고 서로 정을 나누는 학생들의 수업 장면.

◆아이들과 힐링 다례 교육

문경초등학교 어린이 10여 명이 교실 바닥에 마련된 찻자리를 중심으로 마주 앉아 있다. 다도 강사가 "공수"라고 하자 학생들이 "배려합시다"라며 화답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각자 아리랑 찻사발에 가루차를 넣고 물을 조금 부어 찻사발을 이리저리 사방으로 기울인다. 마음의 꽃 그림을 그리고 있다. 무궁화 꽃을 그린 한 아이가 "내 꽃이 제일 예쁘다"며 신기한 듯 웃는다. 다음은 찻사발에 물을 조금 더 붓고 솔가지로 만든 차선으로 차를 젖기 시작한다. 큰 거품이 생기는가 하면 작은 거품도 생기기도 한다. 강사는 찻사발에 피어난 큰 거품은 달이고 작은 거품은 별이라고 설명한다. 어린이들은 찻사발을 들고 서로 서로 손등을 부대끼며 차를 나눠 마신다. 다식을 서로 입에 넣어주기도 한다. 또 예쁜 색종이에 편지를 쓴다. 마지막으로 함께 손잡고 아리랑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아리랑법 창시자인 문청함 씨가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힐링 다례교실을 열었다.

◆7년 연구 아리랑다법 탄생

"찻사발과 아리랑의 고장인 문경에서 자연스러운 차(茶)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까, 형식, 돈에 구애받지 않고 차를 마시는 방법은 없을까."

문 씨는 우연한 기회에 찻자리를 보면서 차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전국을 다니면서 다서(茶書), 다시(茶詩), 차(茶) 종류에 대해 배웠다. 중국의 다사증(다도 지도사 자격증), 우리나라의 예절사 자격증, 다도 사범 자격증까지 땄다. 그는 7년여 만의 다법 연구 끝에우리의 것에 맞는 아리랑다법을 완성했다. 아리랑다법은 음양오행설, 주역, 천부경 등에 토대를 두고 있다. 아리랑은 '말차삼함'(沫茶三含)을 담고 있다. 첫 머금은 나의 정체성을 아는 것이고 둘째 머금은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고 셋째 머금은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세상인 것이다. 아리랑다법은 '유법여무법'(有法如無法:유법은 무법과 같다)을 추구하고 있다. 차를 마시며 자신의 아리랑을 찾고 꿈을 이루려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아리랑다법에서 찻사발은 소우주, 큰 거품은 마음, 작은 거품은 사랑을 의미한다.

◆차 마시며 춤 추고 노래 부르고

"다도(茶道)는 일본식이라 형식을 많이 따져요. 우리의 다도는 형식을 따지지 않았어요. 눈으로 색을 보고 코로 향을 맡고 입으로 음미를 하며 부담 없이 쉽게 편안하게 마셨어요."

우리나라 차문화는 중국을 거쳐 일본에서 들여왔다. 찻잔 잡는 법, 마시는 법, 찻자리 법 등 형식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현실적으로 대중화가 어려운 이유들이다. 아리랑다법은 자유롭게 차를 마시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는 차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기존 차 문화는 대접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아리랑다법은 남을 섬긴다는 뜻을 갖고 있다. 차탁도 없고 형식도 없고 격식도 없이 앉은 자리 그대로 찻자리가 된다. 다기가 없으면 밥그릇으로 차를 우려 마시면 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찻사발을 '다완'(茶碗)이라 한다. 돌가루로 만든 찻사발이라는 뜻이다. 중국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아리랑다법에는 우리의 것에 맞게 찻사발을 ''설완'(蔎埦)으로 바꿨다. 향기롭고 흙으로 굽은 찻사발이란 의미다.

◆문경새재아리랑 노래 작사 보급

그는 문경찻사발축제에 4년째 참여해 아리랑을 알리고 있다. 올해도 지난 5월 축제에 어린이 다도, 아리랑 차나누기, 아리랑 퍼포먼스, 시낭송 등 다채로운 공연을 펼쳐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그는 20년간 없었던 문경찻사발축제 노래를 작사했다. 지금은 축제기간에 공식 노래로 사용하고 있다. 문경새재아리랑 노래도 작사해 널리 보급하고 있다. 또 아리랑 닷옴설을 만들어 다양한 의미의 아리랑을 내놓았다. 여러 한자를 조합해 아리랑, 아라리, 아어리 형태로 50여 가지를 만들었다. 문경 특산물 차를 개발했다. 표고버섯과 삼 가루를 섞은 표삼차와 건강 발효차인 귀수차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지역아동센터, 보육원, 복지관 등을 찾아 아리랑다법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그는 2016년 대한민국 신지식인에 뽑혔다. 그는 아리랑다법을 통해 아이들 인성교육과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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